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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15. 2018

기적수업 14과

의미없는 세상은 내 눈에 존재한다

제 14 과
하나님은 의미 없는 세상을 창조하지 않으셨다
(...)
3. 오늘의 관념은 세상에 적어 넣은 너의 생각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보게 되는 배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진실로 구원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교체의 초기 단계는 상당히 어렵고 심지어 매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일부는 곧장 너를 두렵게 할 것이다. 그러나 너는 두려움에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너는 두려움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 안전과 완벽한 평화를 향해 나아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파란마장한 에고의 추임새에 놀아난 하루였다. 어젯밤에 헤어지자고 얘기하며, 그런데 지금 이대로 출국하면 다시 미국 오는 게 매우 어려울 테니 영주권 나올 때까지는 서류상으로는 관계를 유지하자 했다. 조나단도 최대한 내가 원하는 대로 도와준다고 했으나 인터뷰에서 자기가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 없다고 했다.


어제 거의 잠을 못 자고 뒤척인 결과 우리 둘 다 거짓말을 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건 온전하지 못한 행동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겠다 했다. 조나단도 알았다 했다. 매일 비슷한 일로 싸움이 반복되는 이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아무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챙겼다. 가져온 가방 그대로..여기서 정말 뭘 안사고 살았구나 싶다.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정말 마음을 굳게 먹었다. 물론 한국 가서 후회할 거다. 분명히 더 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그래서 세도나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에 대해서 엄청 후회할거고, 여기를 엄청 그리워할거다. 그런 생각이 자꾸 올라와 정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엄청 냉정하게 헤어지자던 조나단이 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곤 정말 방법이 없는지 묻는다. 어떻게 우리가 이 시간을 헤쳐나갈지, 여기서 어떻게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지 묻는다. 사랑한다 말한다. 영적 사랑은 모두에게 동일한 거라고, 너는 그런 사랑을 원하는데 그건 함께하는 도반들 모두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육체적, 감정적, 영적 모든 면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우선순위는 영적인 거지만, 나는 성인이 아닌 범인이다. 내게 성인이길 기대하지 말아라. 나는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고, 그 모든 것과 동일시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직은 실패할 때가 훨씬 많은 말 그대로 수행자일 뿐이다.


그런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바다가 된다. 조나단은 관계를 잘 맺지 못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임의 다른 사람들처럼 다정하게 나를 대하는 게 그저 습관이 안 된 것일 뿐, 그걸로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노력하겠지만 자기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결국은 그렇게 소동이 마무리되고 느닷없이 조나단이 하이킹을 가자고 한다. 평소엔 주말에 사람 많아서 하이킹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그것도 대성당바위 같은 유명한 곳은 더욱...그리고 분명 주차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고 나는 점심을 준비 중인데 느닷없이 가자고 해서 좀 이상하다 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몇몇 사람들이 아마 거기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하이킹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가기 싫은 주말에 함께 가주는 그에게 감동할 뻔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또 짜증이 확 올라온다. 어제 오늘 소동의 연장선이라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제 모임 중간에 집에 와버려서 아마 사람들이 우리 둘이 싸운 걸 다 알 거다. 이럴 때에는 그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늘 저녁 명상 모임도 안갈 건데, 그들을 만나려고 조나단은 배고프다는 나를 밥도 못먹게 하고 데리고 나오다니...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둘이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여기 있을 거라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명상을 하는 동안 마음이 맑아진다. 오늘의 기적수업이 생각났다. 내가 기분 상하게 되는 세상에 대한 나의 해석은 진리가 아니다. 그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이 아니다. 나의 에고가 왜곡된 지각으로 창조한 왜곡된 세상이다.


대성당바위는 정말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 단단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조각나 아름다운 자연에 물들어버린다. 아름다움에 눈물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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