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수업 46과
제 46 과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나는 그 사랑 안에서 용서한다.
제대로 연습하자면 오늘의 수업은 정말 어렵다. 하나님이 사랑임을 받아들인다는 건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랑임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재하는 하나님이 어느 한 곳에만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영적 스승들이 우리의 삶을 학교에 비유한다. 아니 실제로 인생학교이다. 그리고 학교처럼 학년도 있고, 같은 학년이라도 여러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열반 같은 것은 아니다. 그냥 학년이 다른 것처럼 반이 다른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공통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지만 개인에 따라 선택과목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영성은 당연히 필수과목이다. 영성이라고 해서 종교활동을 하거나 동굴에서 홀로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삶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영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영성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칙연산을 못하면서 고급수학을 할 수 없듯이 사랑 없이 뭔가를 이루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랑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접근가능하다.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삶이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안 후에는 실제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한 전부이다.
오늘 아침 조나단과 심하게 논쟁을 벌였다.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내게 다가와 자기 화났다며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나 때문에 화가 난 거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나는 거라고 말을 했지만, 얘기를 듣다보니 당장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는 나에 대한 분노였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나를 공격하는 에너지를 품어줄 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 절대 그 에너지에 말려들지 않고 사랑으로 지켜보겠다고 속으로 결심을 단단히 했지만 아직 하수인 나는 결국엔 폭발을 해서 같이 공격을 해버렸다.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아이를 갖자는 말을 할 수 있냐고, 당장 집도 못 구해서 겨우 방 하나 렌트해서 더부살이하러 들어가는 상황에서, 네 빚이 아직 몇 천만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아직 영주권도 나오지 않아 한국도 갈 수 없는 나는 만약 지금 임신하면 임플란트는 어찌할 거며, 하다못해 아이 한 명이 생기는데 얼마나 생활비가 플러스되는지 알기나 하냐며, 네 말대로 너는 정말 엄청 이기적이라며(그가 먼저 이 말을 해서) 폭포처럼 쏟아냈다. 적어도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을 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되겠냐고 하며 네가 원한다면 내가 떠나주마 했다. 1년 안에 다른 사람 만나서 아이 낳을 자신 있냐고 물었더니 있단다. 헐. 처음엔 내가 조나단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이것이다. 나는 조나단이 매우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이지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만약 알았다면 이렇게 무턱대고 미국에 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가정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그래서 그럼 내가 떠나줄테니 다음 인연 만나서 애 많이 낳고 살아라 하면서 짐을 싸는데 그걸 도와주는 꼴이라니! 나는 아직 내가 한국에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나단과의 인연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그와 헤어지더라도 나는 여기에 살고 싶다. 아직까지의 생각은 그렇다.
짐을 다 싸놓고 로미를 불렀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녀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인 타이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졌다. 여기서 다른 사람과 조나단과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어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었지만, 실상은 우리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던 거다. 로미는 완벽하게 내 입장을 이해해줬다. 누군가의 공감이 이렇게 큰 힘이 되는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와 조나단과 얘기를 했다. 어쨌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므로 당분간은 그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지 말고 잊고 살자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조나단 하는 행동인 내가 삐졌을 때 하는 행동과 똑같다. 관심 가져주면 필요없다 하고, 관심을 거두면 괜히 심통을 부린다.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계속 굳은 표정에, 오늘따라 호킨스 박사님 디스커션 그룹에 같이 간다고 나서더니 가서는 내내 심통난 얼굴로 책도 읽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이불 하나를 들고 카우치에서 잘 준비를 한다. 내가 화나면 하는 행동과 똑같다.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하고, 그 심통난 에너지와 연관되지 않으려 부던히도 깨어있기 위해 노력했다. 올라오는 생각, 감정, 느낌을 판단 없이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신께 맡기며 기도했더니 평화의 에너지 속에 있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오늘의 수업을 적용하다보니, 조나단이 그러고 있는 모습이 그냥 조나단 내면의 어린아이로 보였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풀이 죽은 어린아이,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조나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밤은 조나단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함께 기도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이다. 기도는 정말 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