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선 Jan 29. 2019

작은 나의 자아는 할 수 없는 일

오직 큰 자아만이 할 수 있는 일

연애하지 않을 때의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과 잘 지내고 밝고 잘 웃고 친밀하고 친절하고 농담도 잘하고......


그런데 유독 연애만 하면, 정확히는 헤어지는 상황이 되면 내 삶은 총체적 위기였다. 그 상황의 나에게서 평소의 내 모습을 찾기는 아주 어려웠다. 정말이지 미치광이가 따로 없었다. 수많은 내가 했던 미친 짓 중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주일 동안 소주 마시고 자고만 반복했던 일, 오밤중에 상대방 집에 찾아가서 울고불고 난리쳤던 일(이건 그나마 만나줬으니 다행), 상대방 집 앞에서 오밤중에 5시간을 기다린 일, 오밤중에 택시 타고(그 당시 택시비 4만원은 엄청 내게 큰 돈이었음) 찾아간 일, 길거리에서 나 버리지 말라고 애걸복걸했던 일....


쓰고 보니 매우 창피하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삶은 내게는 지옥과 다름없었고, 그냥 죽어버리고만 싶었고, 자존감을 한없이 떨어뜨렸고...하지만 감사하게도 내 안의 큰 자아는 그런 작은 자아를 포기하지 않고 미친 짓에 쏟는 에너지를 진실한 나를 찾는 일에 쏟도록 내 삶을 이끌었다.


인간의 삶이란 게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만 하는 건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정말 신이 있다면 왜 내 삶이 고통덩어리인지를 질문하며 그렇게 느리지만 한 발자국씩 걸어 지금까지 왔다. 자그마치 결혼이란 것까지 하고 말이다.


관계에서 겪는 고통을 다 초월했다고 믿었었다. 내면에 몰두하며 신을 찾는 것을 내 삶의 최고 목표로 세운 후, 그렇게 몇 년을 열공하고 수행한 후 만난 전 남친과 헤어질 때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만난 남친과 헤어질 때도 과거와 같은 경험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신랑과는 그때와는 다른 문제로 종종 다투곤 했다. 그런데 다툴 때마다 내가 너무나 불같이 화를 내고 그게 고쳐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자그마치 거의 1년 반 동안. 물론 내가 매우 예민한 상태이긴 했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것,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 등..하지만 그 모든 것은 변명일 뿐.


그러다 어느 날 내적결심이 일어났다. 결심을 한 게 아니라 일어났다라고 말하는 건, 그건 정말 내가 결정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겠다는 결심. 작은 나는 절대 그런 결심을 할 수 없다. 그건 그냥 선물로 주어진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후에도 화를 냈다ㅠㅠ 그러나 명백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달 10일간 명상을 하면서 그에 대한 좀더 확실한 앎이 다가왔다. 그 명상이야기는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글쓰기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