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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잔 Aug 30. 2021

생각 어루만지기

생각을 다루는 6가지 방법

지성이란 사고하면서 어떤 특정한 습성도 따르지를 않고 그 자체 안에서 벗어나며, 따라서 무엇이 참된지를 알고 그릇된 것은 밀어낼 능력이 있는 이성을 뜻한다.

                                                                                                    -크리슈나무르티-          


 

   내향적인 나는 상처 받은 부분을 상대방에게 바로 직접 표현하기보다 내면에서 상대방의 의도와 내 안의 감정을 찾은 후에야 나의 상처 받은 부분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상대방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이 했다고 부인할 때도 많았고, 평상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는지 이야기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감정이나 내가 가진 생각을 이전보다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때론 내가 용기를 내 진실하게 표현해도 상대방은 나의 의도와는 달리 나를 비난하거나 이해받지 못할 때, 어떻게 그 사람과 접점을 찾아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튕겨 나온 감정을 주워 담고, 다시 있으려니 분노와 우울감이 오고 감을 느낀다. 내가 다르구나!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라며 상대방을 비난하고픈 마음도 일어난다.     


  내가 가진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지 않고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만을 믿고, 그것을 투영해 세상과 타인, 자신을 평가할 때 자기 생각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환기가 되며, 자기 생각이 정리되거나,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혼자서 생각에 빠져 있으면 이런 오류를 벗어날 수 없고 확증 편향된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상담하다 보면 한 가지 생각에 몰입되거나 편향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생각 자체를 바꾸거나 생각의 오류를 반박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생각은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단박에 없앨 수 없다. 감정 상태, 마음 상태가 안정될 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감정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은 신체적인 이완이 되어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마음이 고요해진 상황에서 나와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볼 때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요해지려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주의집중알아차림이다. 주의집중은 무언가에 몰입하면 다른 것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에 편안해진다.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활동에 온 정신을 쓰기에 걱정과 불안이 일어날 수 없다. 어릴 때 전자오락에 빠지면 엄마에게 혼날 것 생각 없이 그 게임에 몰두하지만, 그 게임이 끝나고 집을 향할 때, 혼날 생각에 온갖 생각에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영화감상도 몰입하다 보면 주인공의 상황과 마음에 관한 생각으로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줄어든다. 주의집중은 ‘나’에 집중하는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나에 대해 집중을 하지 않고 타인이나, 대상, 행동에 주의를 두면 편안함을 경험하게 된다. ‘나’에 대해 생각하지만 않으면 편안함이 생긴다.      


  또 다른 방법은 알아차림이다. 나의 취약성이 알아차릴 때내가 지금 취약하다고 느끼는구나!라고 알아차리기만 하는 것이다자신에 관한 판단과 비난평가는 하지 않고오직 자신이 빠져 있는 것만을 아는 것이다내가 왜 이런 상황에 빠져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자기 분석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점검할 일이다. 우선은 수없이 그 구멍에 빠지더라도, 알아차림만 해 보는 것이다. 나는 시험 기간, 새벽에 일어나 못다 한 시험공부를 하고 등교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늘 그 일어나야 할 시간만 되면 일어나지 못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시험에 망치면, 그 시간에 일어나서 공부하지 않은 나를 책망하기 일쑤고, 나의 게으름이 이번 시험을 망친 원인이라며 진단하곤 했었다. 그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진단은 다음의 상황이 닥칠 때 나를 변화시킬 원동력이 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만을 스스로 만들 뿐이다.      


  내가 놓치고 실수하면, 나에 관한 판단과 평가를 하지 않고, 실수만 알아차리고, 판단 평가하지 않는다. 간혹 내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때 나에 대하여 자책하며 취약성을 건드릴 때가 있으면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더 고민한다. 예전에는 당황하여 문제 처리도 못 하고, 내 감정에 취해 그 상황이 힘들었다면, 이제는 그 역경에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      


  또 다른 방법은 멈추는 것이다. 어린 시절, 마치 얼음-땡 놀이처럼 하면 된다. 얼음 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땡' 하고 풀릴 때까지, 그대로 멈추어 보는 것이다. 힘들고 복잡해질 때 생각이 떠오를 때 얼음 하며 그것을 얼려버리는 상상을 한다. 범죄자들, 특히 살인, 폭력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내면에는 다시 그런 성향이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이 강하다. 그 힘듦을 호소하면 나는 그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하면서, 나는 예전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매력적인 여자의 뒷모습을 좇아 얼어버린 강가의 가운데 와서 그 여자를 불러보니, 그 여자는 남자를 보며, 웃으며 사라졌다. 그 순간 얼음은 녹아버리고 남자는 물속에서 죽었다.” 북유럽의 동화라고 이야기하며 홀린 감정은 우리를 자극하고, 위험에 빠지게 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화나 불안감, 우울한 생각이 밀려들 때 이와 대적하려 하면 실패하기에 십상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들어보라고 권하곤 한다. 이제 끙끙 앓지 말고, 두 번 다시 그 취약성과 감정에 빠지지 말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주의집중, 알아차림, 멈춤, 그다음의 방법은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기이다. 우리는 생각이 일어나면 없애려고, 바꾸려고 한다. 이는 소용없는 일이다. 명상을 오랜 시간 하거나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높아지면 생각이라는 것은 그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왔다가 가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이 그냥 자기 길을 가도록 그냥 지켜보기만 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된다.      


  다음은 멀리 떨어져서 보기이다. 멀리서 떨어져 보면 실력이 는다. 장기를 두지 않고 좀 떨어져서 훈수를 두면 패가 보이는 것처럼, 갈등 상황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방향이 더 나은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늘 적을, 상대를, 불편함을 이겨내려고 반응한다. 그러나 한번 상황에서 멀리서 떨어져 보면 다 장기를 두는 것처럼 한낱 게임에 불과할 수 있다이를 생각 자체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지속하면 할수록 좀 더 자신이 당당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합리적-정서 치료의 앨리스 앨버트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반박하기이다이는 최근 들어 재미있게 시도하는 방법이다. 첫째는 현실적 반박이다현실적으로 타당한가두 번째는 논리적인 반박이다. 내가 전부를 다 알고 있는가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정확한가?이다. 세 번째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실용적인 반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승진시험에 떨어져서 인생을 실패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나만 떨어졌는가? 떨어진 것이 인생을 실패한 것인가? 떨어진 사람은 모두 인생을 실패한 것인가? 두 번째, 승진시험에 떨어졌다고,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승진이 나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가? 셋째. 이렇게 나를 비난하고 멸시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나를 못살게 군다면 도움이 되는가? 세 가지가 뒤죽박죽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가 생각하는 틀을 흔들어 보는 것이다.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나의 존재감이나 가치를 흔들리게 할 수 없다. 생각은 내 안에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 나를 지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때, 그것에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을 어루만지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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