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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잔 Sep 01. 2021

호흡 어루만지기

나만의명상 버전으로평온 찾기

당신은 쉰다는 것이 어색할 만큼 지금 지쳐 있을지도 모릅니다이제생각을 내려놓을 차례입니다

                                                                                                        -샤론 샐즈버그-          


  20대에 할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임종을 앞두고는 마지막 숨 한 모금을 쉬기가 어렵다는 것을 목격했다. 한숨, 한숨 쉴 때마다 삶의 무게가 느껴졌고, 삶이라는 것이 단지 호흡 한 번으로 끊기는 것이며, 죽음에 이르러서는 호흡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아무 의식 없이 쉬었던 숨이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졌고 위대해 보였다.     


  호흡은 중요하다. 통제할 수 없이, 늘 나의 생명이 태어남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종교단체나 마음수련에 있어 이 호흡을 통해 깨달음을 얻거나, 이완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나도 이 호흡 수련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원 시절부터 천주교의 향심기도, 불교단체의 자비 명상, 위빠사나 수련을 배웠고, 학문적으로는 마음 챙김 명상,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공부하고 수련하였다.      


  여러 단체를 거쳐 배워서 한 스승을 두지 않고 배웠고 깊이는 없지만, 나는 호흡을 내 몸과 마음의 평온을 스승으로 여기며, 매일 아침 15분 개인 수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음 챙김을 활용한 다양한 심리적 치료 방법이 제시되고, 그 치료적 원리를 활용하는 추세가 늘어남에 따라 꾸준히 공부 차원에서도 수련하고 있다. 이에도 부족하여 출퇴근 이동 시 자동차 안에서 명상 원리를 설명하는 유튜브나 불교 경전이나 큰 스님의 방송을 꾸준히 들으며 움직이고 있다.      


  심리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경직되었고, 유연하지 못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명상을 활용한다. 명상의 원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며, 삶의 문제를 직면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나는 여러 교정교화 프로그램에서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안내하였다. 초보자들이 많고, 종교적 색채를 거부하는 내담자들이 많아서 이를 좀 더 실용적이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여 현장에 맞는 나름의 명상 버전을 만들었다. 이를 나는 ‘호흡 어루만지기’라 칭하며 개인 수련과 내담자의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호흡명상의 목적은 삶 자체를 살도록 돕는 것이다. 깨달음, 성공이나 성취, 영감,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통증을 줄이려는 방편도 아니다. 이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면 좋은 것이고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 부차적이다. 단지, 오늘 나에게 주어진 지금-여기의 삶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부수적인 것에 매달리면 이것이 나에게 경험되지 않는다고 포기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삶 그 자체를 더 충실히 사는 것이다.      


  호흡명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주된 장애로는 신체적인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과 생각에 빠지는 것, 깜박 조는 것, 지루함이다. 명상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있다. 자세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우선 자신을 믿어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오랜 기간 하다 보면 몸이 스스로 나에게 편하고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내가 권장하는 최소한의 자세는 경직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편안한 상태로 실시하는 것을 권한다. 초보자들에게는 의자에서 실시하는 것을 권한다. 앉은 자세로 하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나서 집중을 못 하거나 허리가 아파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의자에 편히 앉고 등을 기대돼 밀착되어 몸에 힘을 주지 말고 등받이가 나의 허리를 보호해준다는 기분으로 앉는다. 양발은 꼬지 않고 두 다리를 가지런히 땅바닥에 밀착시킨다. 손은 배 위나 가슴, 무릎 등 신체 어느 부분이나 좋다. 손을 신체 부위에 올려놓는 것은 호흡을 통한 신체 움직임의 변화를 통해 안정을 가지는 효과가 있다. 제한된 시간 동안의 명상 시간에 자세를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눈의 시선은 전방 15도를 편안하게 향한다. 너무 고개를 숙이면 잠에 빠지기 쉽기에 턱을 당겨 앞을 응시하도록 한다.     


  간혹 명상하다 어지럽거나 구역질이 나오기도 하며, 불안감이 몰려와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때, 억지로 명상의 시간을 유지하며 참는 것보다 바로 눈을 뜨고 마음을 차분히 안정하는 것이 좋다. 물을 한잔 먹으며 심호흡하거나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신체적 불편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왜 이런 증상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는 것보다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어떤 분들은 신비체험을 하며 빛을 보았다, 어둠을 느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등 여러 다양한 현상을 보고하는데, 그것은 단지 파도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단지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단지 호흡에만 집중하면 된다.      


  집중을 잘하기 위해 수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1부터 10까지, 50까지, 100까지 늘려서 하는 수식관 호흡도 있고, 주어진 명상의 시간 동안 숨을 들이쉬는 것을 ‘하나’, 내쉬는 그것을 ‘둘’ 하면서 호흡을 하는 예도 있다. 이 방법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할 수 있으나 오랜 기간 실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신체 감각에 깨어있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할 때 가져야 할 단 하나의 태도는 ‘오직 모를 뿐’이다. 내가 주어진 현실을 안다는 마음을 버리고 더 큰 무언가에 내가 맡기는 것이다. 이는 천주교의 향심기도 수련 중 올라오는 모든 생각, 심상, 감정, 의도 등을 집중하지 않고, 하느님을 향하여 믿는 마음이며, 화두선 수행의 방법, 특히 숭산스님에 의해 알려진 ‘오직 모를 뿐’ 수행과 대행 스님의 ‘모든 것을 주인공에 맡기는 수행’과 일맥상통한다. 융 심리학에서도 꿈을 하느님이 주는 영혼의 선물로 여기는 태도와 일치한다. 선물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내 무의식, 불성, 신을 온전히 믿고 따라가야 한다. 


  명상을 꾸준히 욕심내지 않고 실시하며, 삶을 온전히 살려고 마음을 가진다면 내 생각과 판단이 아닌, 삶이 주는 선물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 삶이 고통스럽다고 헤매지 않고, 내가 모르는 어떤 무언가의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흐름을 존중하게 된다. 그 시작은 호흡 하나이다.     


  호흡명상을 자연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그저 관찰할 뿐, 내가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경험한다. 애쓰지 말고, 내려놓고, 그 자연적인 흐름에 맡길 때, 나라고 여겼던 실체보다 내 안의 더 큰 힘이 작동하고 있음을 믿게 된다. 그 흐름을 더 신뢰할수록 내가 더 자유로워지리라 확신이 커진다.      


  명상의 시간은 1분, 5분, 10분, 15분, 20분, 30분, 1시간 늘려나갔다. 호흡에 신뢰하는 정도가 늘어나면 단체적으로 하는 집중 수련을 찾아가서 하면 좋다. 단체적으로 실시하면 정해진 규칙 안에서 다른 외부의 방해물에 에너지를 뺏기는 것을 줄이며, 오직 자신을 관찰하고 살펴볼 수 있어 좋고, 호흡 수련을 하면서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어 좋다. 나는 한 해에 1~2회는 꼭 2박 3일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루 15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시작할 때 싱잉 볼을 치고, 끝날 때는 알람 후 싱잉 볼을 치며 나만의 의식을 만들었다. 종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어 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나 개인 수련을 할 때 활용한다. 요즈음은 핸드폰 무료 알람 타이머가 있어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마음 산업이 발달하여 명상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이 있는데 거의 유료라 나는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유도 명상이나 내레이션이 있는 유튜브 채널은 처음에는 좋으나, 내면의 침묵을 방해하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여유가 있는 날 나는 가끔 동네 뒷산에 신발을 벗고 맨땅으로 걷기도 한다. 걷다 보면 온몸의 노폐물이 나가는 것 같은 시원함과 피곤함이 사라짐을 느낀다. 걷다 멈추어서 호흡을 하며 내 발바닥의 감각과 내가 서 있음을, 살아있음을 알아차리는 경험 한다. 나는 이때 나무 명상을 하기도 한다. 나무 명상은 나를 더 활력 있고 에너지 넘치게 하여 내가 좋아하는 치유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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