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육아 성찰 02화

둘째로 태어나 둘째 잘 키우기

배려심 있는 알파가 필요해

by 송다감

Q: 몇 째세요?

I : 네, 둘째요. 언니랑 남동생 있어요.

Q: 생존 본능 강하죠? 친화력도 좋고 눈치도 빠르고요.

I : 뭐, 그렇죠..(왠지 억척같다는 느낌.. 별로 고급지지 않군)

둘째라고 하면 흔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혈액형으로도 성격을 따지고 별자리, 띠로도 성격을 따지지만 나의 경우 출생 서열로 인한 성격에 관심이 많다.

첫 째나 막내로 안 살아 봐서 잘 모르지만 첫째에게는 '책임감이 강하다. 어른스럽다'는 인사를 두루 하게 되고 막내에게는 '애교가 많다. 다 남이 해주길 바란다.'같은 인사를 전한다. 그런데 대강 맞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를 보아도 그렇다 엘사는 문제를 스스로 품고 해결하려 하고 동생의 감정보다는 큰 범주의 룰을 따르며 소신껏 행동한다. 반면 안나는 감성적으로 언니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원하고 알 수 없는 룰 속에서 나름의 자유분방함으로 자기가 놓인 고난의 환경을 살아 낸다.


나의 언니는 어려서부터 에이스였다.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학교에서 상도 많이 타고 우리 형제들의 대장 노릇을 톡톡히 하며 늘 당당하고 멋졌다. 반면 나는 잘난 언니를 따르지 않고 제 멋대로에 공부도 못하고 호기심과 도전 정신만 많아서 하는 짓마다 자꾸 튀어 오르고 부모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니와 경쟁 구도가 잡히면서 사이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께 무언가 불만을 토로하면 언니는 그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더 잘하는데 뭐가 아쉬워서 징징 대느냐며 꾸지람받기 일수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언니를 시기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살았다. 둘째들은 부모의 사랑에 갈급함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둘째를 낳고 키우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흔히들 둘째는 첫째한테 배워서 뭐든 빠르다고들 한다. 정말 둘째는 말을 잘하지 못할 때부터 첫째가 하는 것을 곧잘 따라 했다. (덕분에 첫째는 괜한 칭찬으로 으스댈 일도 생기고 너 때문에 이상한 버릇 생겼다며 갑자기 꾸지람을 받기도 한다. 어느 날 나타난 조무래기의 영향력에 당황스러울만하다.) 그래서 가끔 큰 애를 이용해 둘째를 움직일 계획을 세운다. '이거 봐라. 누나는 이거 먹네!' '누나는 옷 다 입고 이제 나간다~'이런 것들.. 이런 작전은 꾀 잘 통하는 편이다. 중요한 건 이때 동생의 마음이 시기심이 아니라 누나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다.


얼마 전 동물 다큐를 보다가 몽구스였는지 하는 쥐과 동물 남매를 보았다. 먼저 태어난 암컷은 힘도 세고 눈치 빠르게 움직여 잘 먹고 잘 성장해갔다. 하지만 동생 수컷은 힘도 약하고 느려 잘 먹지 못하고 뒤쳐졌다. 그런데 동생은 먹이를 찾는 것을 어른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닌 먼저 태어난 형제인 알파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누나가 하는 데로 따라 하며 언제 멈추는지 언제 먹는지 어떤 걸 먹는지 배우는 것이었다. 동물의 세계에 알파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알파의 힘과 무리 속의 관계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 순간 자식들에게 첫째는 생존을 위한 절대 지표인 알파겠구나 생각하며 둘째로 살아온 나의 마음과 둘째 아이의 행동들이 빠르게 스쳤다.


상상력이 펼쳐진다.


나는 알파를 존경했다. 태어 나는 순간부터 나이 차이만큼 무조건 나보다 우월 한 알파가 나를 예뻐해 주고 알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더 많이 따라 하고 배워서 생존에 성공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알파에게 나라는 존재는 생존에 별 도움 안 되는 힘없는 조무래기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모 눈 밖에 난 자식이라면 알파에게 사랑받기란 이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알파와의 좋은 관계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익혀야 하는데 나와 안 놀아주고 귀찮아하니 그것이 잘 되지 않아 해결책으로 부모에게 매달려 해결을 바라며 징징거렸다는 게 나의 상상력이다.


어차피 어린 시절은 기억도 안 나고 잘 모르지만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을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우리 둘째도 정말 첫째를 무조건 따르고 동경했다. 내가 책 읽을까? 하면 가만있다가 누나가 책을 고르면 자기도 고르고 내가 옷 입자 하면 가만있다가 누나가 옷 입으면 기다리라며 울면서 옷을 입는다. 누나의 까불거림, 누나의 말투, 누나가 나가면 나가고 이리 가면 이리로 저리 가면 저리로.. 누나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그런데 누나는 동생의 따름에 별 의식을 두지 않고 제 갈 길,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귀엽기도 하고 바로 저거로구나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이에게 결국은 자기 생명을 유지시켜줄 부모의 사랑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그 보살핌을 받는 방법은 알파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알파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르는 것은 주도적이지 못하거나 귀여운 짓이 아니라 둘째에게 생존본능이 치열하게 작동되고 있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언니를 떠올리니 사실 부모보다 언니에게 관심받고 인정받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자존심 때문에 언니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건가 착각하고 살았지만 만약 언니가 나를 사랑한다는 받아들여진다는 확신을 받았다면 나는 신이 나고 주어지는 일에 자신 있게 대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부터 언니를 사랑했구나 알게되니 뜻밖에 행복감이 있었다. 알파를 미워하며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고 철딱서니 없고 떼쟁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거였다니 나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알파를 알파로 받아들이고 나니 알파는 단지 알파였을 뿐 나를 미워한 게 아니었다는 믿음도 생겼고 순리에 대한 수긍과 이해의 시간을 맞이했다.


이런 입장에서 나는 알파인 첫째가 둘째를 사랑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실천했다.

우선 첫째에게 무조건 지속적으로 많이 사랑 표현을 했다. 알파가 자신의 자리가 건제하고 만족스러워야 아래 형제에게 덜 권위적이고 너. 그. 러. 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첫째가 둘째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늘 생각할 수 있도록 둘째의 존재가 갖는 긍정적인 면을 지속적으로 이야기 나눴다. 예를 들면 '동생 참 예쁘다. 덕분에 다겸이 어린 시절 모습이 떠 올라서 좋다''이번에 놀러 갔다 와서 재미있었지? 만약 동생 없이 다녀왔다면 어땠을까?''동생이 벌레 치워주니 정말 고맙다'같은 둘째가 잘하는 것, 고마운 것, 함께여서 좋은 것들을 말이다.


둘째를 잘 키우려면 둘째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용기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나도 부모의 응원이 더 필요했다고 생각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알파의 존재에 대한 인식 이후로 둘째를 소외감 없이 키우는 방법은 바로 '부모가 알파를 알파답게 대우하고 동시에 동생들이 주는 유익과 행복에 대해 감사를 느끼도록 양육해서 첫째를 안정적이고 너그럽게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파 다움과 감사함을 아는 안정적인 알파가 형제들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알파는 태어나는 순간 그냥 알파이니 부모는 알파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감사함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그러운 알파의 동생이어야 단지 생존 본능인 '알파 따라잡기' 행동이 보호되어 마음껏 따르고 익히며 동생들은 안정감을 가지고 각자의 색이 발현되고 안정적인 어른이 될 것이다. 책임감 강한 알파는 알파대로 자유분방한 동생들은 동생들 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을 수용하는 꿈같은 상상 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아이들은 서열로 인한 상처없이 각자의 서열에 따른 특성과 기질의 색깔이 온전하게 펼쳐져 더욱 아름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부모의 세심한 인식이 아이들 본능에 깔린 사랑과 감사를 그들 삶 표면에 드러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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