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부모의 문해력 고민 1

초3이 되기까지 3개월 남았는데 말입니다.

by 송다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발달에 따라 부모의 주요 역할이 계속 바뀐다.


아이가 막 태어나서는 잠 시간, 먹는 간격, 먹는 양, 싸는 양, 싸는 횟수 같은 것이 중요했고 차츰 끝없이 말을 건네고 책 읽어주고 노래 부르고 공감해주고 기다려 주면서 존중과 배려를 경험시켰다. 그러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해도 되는 것 안 되는 것 같은 자기 조절과 사회생활 방법을 가르쳤고 유치원을 졸업할 즈음 숫자와 한글을 가르쳐 학교에 입학시켰다. 1, 2학년에는 학교에서 독후 활동과 일기 쓰기에 집중해서 과제를 내주기 때문에 이것에 따랐고 샘이 느린 아이가 연산을 어려워해서 연산 문제집을 하나 풀고 있고 1,2주 바짝 붙어서 구구단 외우기도 완수해서 무사히 초등 저학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사실 누군가의 눈에는 방치와 비슷한 상태였지만 아이가 공부에 질리지 않고 발달에 맞춰 학교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나름으로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었다. 별다른 사교육 없이도 뒤쳐짐 없이 친구들과 잘 놀고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러면 되리라, 자녀 양육만큼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3학년이 되면 영어를 배워야 하다 보니 알파벳과 파닉스를 알려줘야겠다 생각했다. 아침에 파닉스 노래를 틀어주고 일상에서 쓰는 GO, STOP, JUMP, I LOVE YOU 같은 외래어나 숫자, 색깔 등의 단어를 같이 찾으며 벽에 붙이는 정도로 앞으로 학교 공부하는데 재미있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영어 공부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다. 엄마로서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마음에 혼란이 생겼다.


문해력은 영어를 잘하려면 결국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3학년부터는 교과서 문장 난이도가 올라가서 문해력이 떨어지면 전 과목에 걸쳐 학습 내용이 이해가 안 되고 문제도 이해하지 못해서 시험을 못 푸는 아이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새로 배우게 되는 영어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상급학년 공부 적응을 위해서도 문해력이 꼭 필요했다.


3학년부터는 교과목이 세분되면서 영어까지 배워야 하니 2학년 때 문해력을 잡아주지 않으면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힘들어하고 과정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덜컥 겁이 나고 걱정이 커졌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 역시 책 읽고 공부하는 게 힘들었던 이유가 문장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서 지루하고 하기 싫었던 것 기억까지 더해졌다.


지금껏 내 아이가 아동기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관계 맺음이라고 여겨왔고 그것에 집중해서 잘 지내왔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나름 꺼 잘해 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전혀 떠올려보지 못한 '문해력'이라는 단어와의 만남에서 덜컥 겁이 났다.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인성에 집중하다 보니 지성에 소홀했던 걸까?' 반성과 검열의 시간을 지나게 됐다.


온/오프 학습지의 문제 풀이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지식을 배우는 때에 스스로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논술 학원은 '대입 시험 준비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초등 저학년을 논술학원에 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브루타나 에땅 미술 같은 교육은 미술관을 다니는 것처럼 아이 성장에 꼭 필요하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일, 상황과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문해력에 대해 찾아볼수록 문해력과 관련해 어휘, 영어, 수학, 세계사, 한국사, 부모교육, 독서법 등등 그렇게 많은 장르에 연결되고 그렇게 다양한 자료가 있고 세부적인 레벨이 있는지 정말 몰랐다. 신세계였다.


며칠 밤낮으로 문해력이 무엇이고 아이에게 어떻게 익혀줘야 하는지 찾아봤다. 논술학원과 그룹과외도 많아서 뭐가 좋을지 고민이 됐다. 일일 학습지도 하나 해야겠는데 죄다 중요해 보여서 두, 세 종류는 들여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해력과 관련한 독서법, 전과목 응용법, 부모교육에 관한 책도 엄마가 꼭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수북이 담았다.


찾아보면 볼수록 문해력은 미술관에 가는 정도의 부가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글, 알파벳, 구구단처럼 초등 저학년에게 기초지식, 배경지식이구나 생각됐다. '아이고야, 엄마가 뭘 몰라서 여태 문해력을 챙기지 못했으니 우리 애는 3학년 되면 공부 싫어하겠구나' 걱정이 한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불안과 초조가 가득한 마음으로 인근 논술 학원 리스트와 장바구니에 결재를 기다리는 수많은 책을 쌓아두고도 디지털 학습 방법이 좋지 않을까 다시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야 '엇, 이거 아니다'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왔다.


< 다음 편에 계속 > https://brunch.co.kr/@lovingsong/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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