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나의 시
장날
1994년
어느 토요일의 저녁-
군것질을 참아야한다며
다 닳아진 지갑의 입을 묶던 어머니가
주둥이를 벌리고 앉은 새끼들의 머리맡에서
바싯바싯-
과자를 튀긴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에
가난한 눈을 한 엄마의 표정이 닿아
물에 불린 밀가루 반죽에 함께 말리면
뜨덕뜨덕-
허연 과자가 되어 쟁반에 놓인다
물기 가득한 반죽을 솥에 넣자
타닥타닥-
멀리까지 성난 듯 튀겨나간 기름이
엄마의 손
언니의 팔
두 아이의 코앞에 떨어지고
벌겋게 데인 손을 안고도
우는 큰 아이의 팔에
찬물을 끼얹는 어머니의 마음은
그보다 더한 열상(熱傷)으로
살갗을 잃은 지 오래다
뼈만 남은 가슴을 안고 어머니는
그 날 온 종일을
눈물로 보내셨다
반 아이 모두가
고무신을 신던 시절에도
새하얀 운동화를 신었다고 하셨다
혼자만 책가방을 메고
책을 싼 보자기를 뒤편에 감추는 아이들 사이를
새치름하게 걸었노라 하셨다
곱디 곱게 자란
창말집 둘째 아가씨는
볼딱지에 허연 버짐이 핀 세 아이를 끌어안고
기억으로 남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진을 쓰담으며
근 십 년을 여전히 보내야 했다
1단지 앞에
흰 천막을 두른 소박한 장이 섰다
찬거리 좀 없나-
장돌뱅이처럼 이곳저곳을 집적이던 내 눈에
막연한 그리움을 담은
옛날과자가 와닿는다
때 묻은 난로가 곁에 있지만
아저씨의 입은 허연 입김을 거푸 내뱉는다
붉은 코팅이 닳아빠진 목장갑으로 쌀튀기를 봉지에 담는
벙거지 쓴 아저씨의 모습이
자꾸 고되게만 보이는 내게 ,
엄마가 슬쩍 팔짱을 껴온다
아직도 거뭇거뭇
그 날의 기름 자국이 남은 엄마의 손을
나는 가만가만 쓸어 담아
추억으로 어루만지니 ,
엄마의 눈은
밀가루 냄새나는
꽈배기의 매듭 끝에서
반짝
애잔히도 빛난다.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