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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왁킴 Oct 01. 2021

사실 좀 무섭습니다

백신에 대하여

지난 3월,

좀 무서운 일을 겪었습니다.



하늘이 빙빙 돌고 세탁기 도는 소리가 막 들려서 좀 쉬면 나아질까 하고 한숨 자고 일어난 틈에,


한쪽 귀가 먹통이 됐습니다.


처음엔 오른쪽이 모두 마비가 됐나 싶어서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정신을 좀 차려보니

귀가 안 들려서 오른쪽에 무뎌진 것이었죠.


서둘러 대학병원에 가고,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먹고, 고막주사를 맞고,

휴식이 중요하단 말에 하고 있던 일도 그만뒀습니다.


한쪽 귀를 잃을까 봐,

정확히 말하자면

오른쪽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잃을까 봐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습니다.



2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서



몇 주 전에 받은 최종 진료에서

저는 인공와우수술 상담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기적처럼 청력이 회복되는 일은 없었고,

전농은 아니지만

50 데시벨 이상의 소리만

기계음처럼 들리는 지금의 상태에서

더 나아지긴 힘들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2주 만에 청력이 돌아오는 분들도 많다고 하는데,

제게 온 '돌발성 난청'은

좀 심하게, 심각하게 들이닥친 경우였습니다.



제 취미는 바이올린입니다. 아마추어 현악 앙상블 팀에서 활동을 하고, 오랫동안 레슨을 받고 있었죠. 또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걸, 앙상블이나 바이올린 독주회에 가는 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휴대폰에서 들리는 음악은 음질이 가볍고 안 좋게 들려서 항상 엠프를 연결하거나, 차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던 까다롬쟁이였죠.


심지어

당시에 저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농아인의 정상 자녀의 교육을 돕는 강사로 활동 중이었습니다. 4년 정도 활동을 했고, 언어 환경에서 멀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던...



그러나 제 귀 한쪽을 잃고 나니,

모든 게 다 귀찮고 의미 없고 부질없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좀 안정된 상태라 이렇게 정리하며 글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원망과 눈물과 후회로 보냈는지 모릅니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제가 겪은 병은 1만 명 중에 5명 정도에게 찾아오는 병이라고 합니다. 아프기 전이었다면

'음? 설마~ 나한텐 안 오겠지. 내가 저런 병에 설마 하니 걸리겠어?'라고 생각했을 확률...



남은 한쪽을 잃으면

내게 에너지를 주는 아이의 카랑한 목소리도,

힘들 때 기대어 위로를 받는 남편의 심장 소리도,

음악과 자연과 사람의 소리도 내 세상에 더는 없을 거란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진료 때,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께 용기 내 여쭈니, '한쪽 귀의 떨어진 청력이 다른 귀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른 한쪽에도 올 확률은 그냥 누구나에게 돌발적으로 난청이 올 수 있는 확률 정도'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마음 편히 지내라, 대게 돌발성 난청은 한쪽에만 오는 경우가 많다. 또 겪을 확률은 매우 낮다'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이런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좀 놓여야 하는데,

여전히 전,

'세상 어떤 일이든 나에게 오지 말란 법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불안에 시달리는 소심쟁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백신이요?


그래서 백신을 못 맞겠어요.

백신의 부작용이 제게서 일어나지 말란 법 없고,

심리적, 정신적으로 많이 놀라고 약해진 상태라

결코 도움이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숫자로야 0.001퍼센트, 0.0001퍼센트라고 해도 내게 닥치면 100퍼센트가 되는 확률이란  못된 장난에 놀아나고 싶지가 않습니다.



해서, 60대인 어머니까지 다 맞는 모습을 지켜봤음에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맞는다면 걱정부터 되고,

살고자 맞았으나 부작용에 희생되었다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가 적힌 뉴스를 볼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너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주체하기 힘듭니다.



미국에선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례가 많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죠?

찬성입니다. 용기 내 백신을 맞고, 회복하신 분들께는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혜택이 진정한 혜택이 아니라,

선택적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강제되는 문제라고 하면 참으로 야속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부디 제 선택을 비난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픔이 있고, 사연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니,

강압적으로 떠밀지 말아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지키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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