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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왁킴 Oct 14. 2021

넋두리

아팠던 날



말 그대로예요

오늘 좀 아팠어요

하늘이 높고, 맑고, 또 바람도 선선하기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에게 갔어요



사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무서웠어요

몹쓸 소리와 싸우던 날,

두려운 것도 모르고 어리석게도 잠을 청했던 날이 또다시 떠올랐지만

순식간에 활을 조이고

A선을 맞추고

어깨받침을 끼웠어요



연주회 준비를 위해 끼워둔

에바골드의 선율은 여전히 우아했지만

오른쪽 귀는 모처럼의 큰 자극에 비명을 질렀어요

귀를 막아도,

귀를 열어도 자꾸만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그 소리



심장이 두근거리고 남은 귀 한쪽에 무리가 갔을까

너무 무서워서 귀를 막고 숨을 몰아쉬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봤어요



아이가 다가와서

좋아하는 걸 못하게 돼서 정말 슬프겠다고 말해주었어요

하지만 이전처럼 소리는 좋았다고

엄만 여전히 바이올린을 잘하는 것 같다고.



그 조그만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컥이다가

다시 하늘을 보니 그래도 그렇게

맑을 수가-



바람은 여전히 선선하고

가을은 여전히 낙엽으로

도레미는 여전히 도레미로



장치를 끼우고 나서도

도레미는 똑같이 도레미이기를-




안단테 칸타빌레도

그동안의 노래처럼

꼭 그렇게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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