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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때,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그 밖에도 내가 갖은 꿈은 많았다.
7살 때는 화가, 8살 목사님&(신부님), 9살 작가&소설가(글쓰는수녀님)
초5 때는 춤 연습해서 친구들과 무대 올라가는 걸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댄서, 모델
그리고, 변호사, 기자, 선생님
20살, 연극을 하면서 잠깐 배우도 생각했었다, 연출가
23살, 방송작가, 드라마작가
그 중, 한 번도 잃지 않고 살아온 꿈은 '작가'였다.
그리고, 만약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변호사가 되었어도,
말발이 세고, 논리적이라, 잘 했을 거라 생각한다.
싸움 자체를 워낙 싫어하는 성격이라,
누구랑 싸워본 적이 없었다.
왠만하면, 상대가 잘못해도 참고,
둥글게 원만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나를 알고 친했던 친구는
평소에는 진짜 착한데, 화나면 무서운 친구라 했었다.
나에게는 양면의 성격이 있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조용하지만,
이치와 논리에 맞지 않으면, 따박따박 따져야 된다.
사실 말로 싸우면,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질 일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진짜 많이 착해지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한 사람은 살면서 딱 두 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대다수 사람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배려심이 깊은 성격이었다.
때때로 잘못된 오해와 의심으로 나에게 잘못 따지고 들 때,
나는 싸우기가 싫어서,
그냥 한 마디도 안하고 들어줬었다.
한 명은 내가 그렇게 하면, 싸움을 멈췄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좀 더 싸웠어야 관계가 발전되는 건데
나는 싸울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살아와서 그렇다.
나는 아끼고 사랑하는 관계, 가족 관계에서는
지는 게 이기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겨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갖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저 묵묵히 내 할 일 하고, 사는 게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말로 사람에게 상처줄까봐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오래 오래 생각하고, 내뱉는 사람이다.
(때로, 내 욕심이 상대에게 민폐가 될까 싶은 마음에
내 요구나 욕심은 내세우지 않고, 소망마저 포기해버림으로
상처를 줄 때도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상대에 말에 따라, 포기가 빠르고 깔끔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살면서 나랑 싸운 사람은 딱 두 명이다.
한 명은 정말 너무 너무 해서 싸운 케이스,
한 명은 엄마
지금 생각해보면, 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참았던 게
나를 얼마나 억울하게 했는지 돌아본다.
그건, 나를 좋아하는 상대에게도 좋지 않았다.
솔직하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도
세상 살 때 필요하다.
어릴 때는, 엄마가 약자이니까 안쓰러워서
엄마 편을 많이 들어주고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했던 게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간을 놓치게 했다.
사람은 아픔을 느껴야, 자기의 아픔과 결핍을 알고,
그 아픔과 결핍을 치유해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한쪽에서 희생하고 참아주고 져주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부부사이는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인 포용과 사랑으로 이루워지는 관계라는 걸
뒤늦게 깨달아가는 중이다.
엄마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겠지만,
아빠가 가족을 위해 그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주었기에
나이 들고, 아빠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
물론 우리가 어릴 때 아빠는 엄마와 나에게 잘못했다.
그러나, 차갑기만 했던 엄마와 나를 보며
아빠는,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아빠 혼자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도...
아빠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 건,
아빠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가족에게 잘하려고 애썼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과거에는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엄마였지만,
나이들수록 성숙해져야 되는데,
나를 더 힘들게 한 엄마이기에
오늘만은 밉다.
엄마가 나를 제일 많이 사랑하고 아껴준 걸 알면서...
엄마가 없었다면, 내가 제일 힘들 때 누구에게 기댔을까.
제일 힘들 때는 엄마를 찾으면서,
엄마를 원망하다니...
그러나, 이제는 엄마가 일에서의 성공보다,
다른 걸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하루 하루 우리의 대화, 관계가 어떤지 말이다.
나도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정서적,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식이 훗날 성장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강한 엄마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모른다.
내가 늘 엄마 편이었고, 엄마를 응원했으니까.
아픈 사람의 마음을 엄마는 알 턱이 없다.
져주는 사람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나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는 마음을 알 턱이 없다.
그동안 내가 엄마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은 건
엄마가 잘해서가 아니라, 엄마에게 연민이 느껴졌기 때문에
부족한 엄마지만,
늘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스스로 결핍을 채우고, 일어나
상대가 마음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내가 힘들 때 엄마도 나에게 그리해주길 원했던 것일 뿐이란 걸
엄마는 아직 모른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늘 이토록 어렵다.
이래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늘 져주고,
더 아픈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