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사랑

부모와 자식

자식 사랑이 너무 과하면, 힘들다.

나는 우리딸이 결혼하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둘이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반대하지 않고, 결혼 시킬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상대에 대한 기대가 없다.

부족한 건 서로 도와가며 채워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이혼 사유만 없으면 된다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 자식 간에도 분리되고, 독립되어야 한다. 

특히나 자식이 부모의 못 이룬 소망을 이뤄주는 

대리만족의 도구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내가 해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엄마는 행복해지지 않더라. 

그 때 알았다. 

내가 엄마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잘못 산 인생인지. 

이럴 줄 알았으면

사춘기 때 부모 속 좀 썩이고, 마음껏 살아볼 걸 그랬다. 

너무 모범적으로 살아왔고,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맞추려 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나로서는

핑퐁팽퐁... 의견이 오고 가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법정에서 변호사들이 팽팽히 자기 의견을 내놓는 그런 모습이었다 생각한다. 

그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맞추며 살아가시니까 

그러나, 그 때 나는, 

아빠 인생은 아빠 인생, 엄마 인생은 엄마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고 

일찌감치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원하는 인생이 있었고,

엄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둘이 조율되지 않는 모습을 보는 건 힘들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드니,

서로 각자 생활을 즐기며 맞춰가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엄마와 아빠는 

서로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 서로 맞춰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은 참 힘든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럴 바에는, 글쓰는 수녀님이 되는 게 낫다 생각했지만,

아이 낳고 살아야 된다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었었다.

사실 나는 수녀님을 접은 이후에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꿈꿔본 적이 없었다. 

책 읽고 글쓰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과연 결혼해서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났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로만 살아간다는 게 

너무 답답할 것 같았다. 

어린이들도 좋아하지 않았고 말이다. 

내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고 나서...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그 아이의 꼬물대는 손가락과 발가락,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내 인생이 바뀌었다. 

산도가 다른 엄마들보다 너무 좁아서 

출산하다가 아이 머리가 2시간이나 끼어있었다. 

1시간 이상 있으면 산모나 아이나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데

병원에서는 제왕절개를 권유했었다. 

2시간이나 끼어있었고, 

아이가 산소 부족으로 장애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연분만으로 약 하나 쓰지 않고, 건강하게 낳았다. 

출산이 그렇게 아프고, 힘든지 처음 알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세상에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힘든 걸 어떻게 견디고

아이를 낳지? 싶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신기했었다. 

어떻게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눈을 뜨지? 

너무 신기했던 것 같다. 

외동딸이었던 내게 아이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가 책임져야 될 아이. 

그저 함께 있는 시간 자체로 행복함을 주었다. 

비록 가난했기에 분유값을 벌기 위해 kbs에서 임신 중에도 밤샘근무를 하며

원고를 쓰고, 출산 후에도 1살 때부터 방송원고를 쓰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냐고

하얗게 불태웠지만... 

번아웃증후군이 올 정도로 힘들게 돈을 벌어서 모으고,

어린아이를 직접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키우기 힘든지.

엄마와 둘이 아이를 키우느냐고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타인이 주는 악영향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내 인생이

얼마나 후회되는 인생이었는지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돈도 명예도, 재산도 지위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식이라는 건,

자식이 잘나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행복감을 준다는 걸.

이 아이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걸.

이렇게 내리사랑을 하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