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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Jan 27. 2024

사랑하는 마음.




남들은 평범하게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다

더 깊은 사이가 되고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그런 지극히 평범한 연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정말 많이 엄청 사랑해주었는데도

나는 매번 그 문턱을 넘지 못해

그 평범한 연애를 한 번도 못 했었다


내가 그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유는

어릴 때 죽을 뻔한 경험에서 생존자가 되면서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스무 살 때까지 수녀님이 되려고 결심했었다


스무 살 때 수녀원에 들어가려다

자식을 낳아 키워야 한다는

엄마의 반대로 수녀원에 못 들어간 나는...

대학교에서 연극생활

그리고 방송작가로 하루 4시간 자고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며

내 몸이 부서지고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을 때까지

나는 오로지 방송 글 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사랑하며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을

평생 알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몇 번을 노력해보려 했지만

성인이 된 후, 더 힘든 사건을 겪으며

스물 네 살에 아예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밥 먹고

대화나누고 산책하고 놀고 자고...

남들은 너무 쉽게 하는 그런 것들...

만나고 헤어지고...또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것들...

나는 어릴 때부터 꿈꿨지만

스물 네 살에 아예 마음을 딱 접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너무 어리고 순수하고

너무 착했다


나를 정말 좋아해주고 내가 정말 좋아하던 사람을

힘들게 보내고

나는, 크게 병이 났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밀어낸 마음이었다

그 사람은 말했었다

넌 어떻게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내냐고


아마 그 사람과는

인연이 아니라서 시작도 못했었나보다


상담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용기를 낼 수도 없었을 거고

평생 그 감정을 알지 못했을 거다


상담을 오래 받으며

나는 내 마음 내 감정을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너무 아파서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마음

태어나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는 한 사람에게

내 아픔을 모두 안아주려 하는 한 사람에게...

나는, 내 아팠던 마음을 이해받고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말투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마음

그 사람과 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내가 한 번도 못해본 일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

내가 못하는 일도

그 사람이 좋아하니까

나는 나의 한계를 넘기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행복함을 알게 되었다


같이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고

같이 걷고

같이 뭔가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아플 때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남들은 평범하게 하는 그런 연애.

나는 평생 포기해서

그 감정을 알지 못했던 그런 연애.


그동안 나는, 참 오래

아프고 힘든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아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아파서 무감각해졌다는 것도.


남들은 이렇게 사는 구나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연애를 하고...


살면서 진심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딱 한 사람만

가슴에 품고 살면 된다


한 사람도 정말 크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나를 끝까지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 덕분에 나 안전하게 잘 있어

정말 많이 보고싶어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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