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 날

결심 10일차

by 러블리김작가

9살 때, 하느님께 나의 인생을 모두 봉헌하리라고 기도드린 이후로,

17살 때 전국글짓기대회에서 5만4천명 중 1등을 하고 나서는,

나는 글쓰는 수녀님이 되려고 했었다.

ebs에서 첫 프로그램에 막내작가로 내 이름이 스크롤에 올라갈 때,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내 모든 인생을 작가로 하느님께 바치기로 결심했었다.


방송작가로 사는 인생은 밤에 잠 못자고, 밥 제때 못 챙겨먹고,

좋아하던 친구들과 모임도 약속도 나갈 수 없었지만,

아이템을 찾아 사람들을 취재하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그런 메시지를 담은 방송을 하는 일상은,

나에게 천국과도 같았다.


많이 힘들고 고되었지만, 때때로 무리한 제작일정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는 정말 힘들었다.

sbs에서 막내작가가 자살을 했을 때, 나는 그 시각에 옆 사무실에서 프리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에 우리 회사 조연출이 자살한 작가를 발견했을 때가 새벽이었나.


그 무렵, 최진실의 자살...

또, 내가 첫 프로그램을 했던 빌딩에 같이 있던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피디가 제작비 때문에 자살했을 때의 충격...


노무현대통령의 자살...


그런 일상을 가까이서 마주할 때, 나 역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는 것일 거다.


많이 힘든 나날들을 정신력으로 버티고, 버티면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 때...

어느 날, 내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몸에 이상이 오고 나서...

방송 원고를 쓰면서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를 했을 그 무렵.

나는 방송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나에게 정신적으로 고통주는 일들,

그리고 방송원고를 쓰기에 내 몸이 안 따라준다는 사실이 더 슬펐다.


그리고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어느 날, 내가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마음 편안히 밥을 먹는 것,

따스한 햇살을 느낀다든지, 자연 풍경을 느끼는 것

친한 친구들과의 노는 것 등

나는 일찌감치 이 모든 것을 암묵적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괜찮지 않았다.


내가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

그러한 날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단 하루도 평범하지 않았던 날들


9살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20살 때?

그도 아니면 24살 때?


돌아올 수 있는 날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꾸역꾸역 참으며 살았을까


그러나,

뺏겨버린 꿈

뺏겨버린 일상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제와 내게 뺏겨버린 것들을 찾는다는 건

어려워졌다.

송두리째 내 인생을 도둑 맞은 이 기분을...

아예 모르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까

모르는 체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갈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직 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생이라는 건,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


나는 절대,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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