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서핑이랑 일상 속 숨어있는 문학

(feat. 김수영 '거미')

by 서퍼시인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드디어 혼자 바다에 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서핑샵에서 서핑보드(스펀지)와 슈트를 대여할 때 내 기분은 얼떨떨했다. '아. 혼자 들어가서 뭐하지?' 그렇지만 계속 떠오르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설렘이 피어올랐다. 이런 감정이 어쩔 수 없는 객기인 걸 알지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대한 무감각하게 서핑슈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받아 들고 바다로 걸어갔다. 11월 중순이었으니 바다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안도할 수 있도록 5~6명의 사람들이 바다에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관계지만 내 맘을 편하게 해준 사람들이다.


사람은 사람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게 이런 상황이며, 이런 느낌을 말하는게 아닐까?


나는 사란들을 보고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바닷물에 첫발을 내디뎠다. 차가운 물이 내 발을 감쌌다. 나는 걸어갈 수 있는 데까지 걸어갔다. 그 뒤 배운 대로 서핑보드 위에 누워서 두 팔로 패들링*을 했다. 근데 '아.. 어디까지 나가야하지?' 일단 사람들이 떠 있는 곳 근처에서 패들링을 멈추고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파도 오는 것을 보다가 맘에 드는 파도가 오면 해안가로 서핑보드를 돌려서 패들링을 했다. 그러다가 휙 일어나서(테이크오프*)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배운 걸 생각했다.



- 미천하지만 설명을 위해 제 동영상을 올리겠습니다.

- 남들꺼 올리면 저작권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제 동영상 올립니다... ㅋ

- 첫 번째 동영상은 테이크오프 보시고, 두번째는 처절한 패들링 모습입니다.

** 패들링: 서핑보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보드 위에 누워서 팔로 물을 젓는 행위

** 테이크오프: 서핑보드 위에 두 발로 서서 일어나는 행위



처음에 팔을 돌리는 모습이 패들링이고(잘안보임),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테이크오프입니다
실패하면 이런 모습이죠(패들링잘보임ㅋㅋ). 저렇게 40번 이상 시도하며 팔을 돌렸습니다.


내가 배운 걸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다.


첫째, 패들링으로 파도의 속력과 나의 속력을 맞춘다.

둘째, 파도가 보드를 밀어주면 테이크오프한다.

셋째, 그대로 직진라이딩을 해도 되지만 사이드라이딩이 되도록 연습한다.


생각을 끝내고 배운 대로 하면 서핑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파도는 그냥 나를 지나갔다. 뭐지? 다시 해보자. 내 기억에 한 40번은 시도했던 것 같다.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다. 나는 힘이 빠져 보드 위에 그냥 걸터앉았다. 남들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핑을 하면서 처음으로 바다 위에서 풀 죽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쉬면서 계속 남들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도 다 초보였지만, 나보다는 고수였다. 그들을 참으로 부러워하며, 하늘을 보고 저물어가는 해를 또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 11월 중순에 내려오는 어둠은 추웠다. 바다를 나와서 샤워하고 물건들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나는 잠이 들기 전 혼자서 책상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패들링을 너무 많이 해서 팔이 빠질 것 같았다. 그리고 자괴감도 좀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할까? 혼자서 용기를 내서 얼마나 더 바다로 나가야 할까?’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없음을 깨달았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으니까. 나는 잠자리에 누워서 ‘내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혼자서 서핑하러 가고. 바다에서 2시간이나 혼자 파닥거리고. 잠들기 전 만큼은 정신승리를 하며 잠이 들었다. 이 승리가 다음을 기약할테니까.


혼자라는 것은 한편으로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또 처절한 외로움에 속이 까맣게 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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