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라는 감옥에 갇혀...

산골일기 육십아홉번째

by 푸른솔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를 들었습니다.

평생 지독한 행복과 불행을 가슴에 안고 살았던 그녀의 유언과 같은 노래여서

듣고 있으면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본 듯한 긴 여운이 남는 노래입니다.

오랜만에 그 노래를 듣는데 마지막 노랫말이 ‘지난 일들을 이제 신경 쓰지 않아’ 였습니다.

평소 알던 노래였는데 새삼스럽게 그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습니다.

예전엔 친밀하게 지낸 사이였으나 이제는 미움과 원망과 서운함으로

관계가 끊어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사소한 오해의 거스러기들에 불과한 일들로 나는 얼마나 많은 감정의 격랑을 건넜던가!

에디뜨 피아프의 진심이 묻어나는 ‘지난 일들을 이제 신경 쓰지 않아’라는 노랫말이 울릴 때,

나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어두운 세월의 창살을 보았습니다.


아~ 나는 과거라는 창살에 갇혀 오늘을 살고 있었구나!


돌이켜 보면 겨우 몇 마디 말이나 행동이 전부였을 텐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아니었는데

그 과거의 감정이 만들어놓은 감옥에 홀로 앉아 오늘을 구속하며 살고 있었다니!

갑자기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는 그 부그러움이 사라지기 전에 선한 동기로 만났으나 몇 가지 오해와 감정의 상처로

이제는 관계가 끊어진 두어 사람에게 사과와 회복의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뭐 내 아쉬울 것 하나 없다’ 라며 버티며 내버려 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의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미워하는 마음을 품은 것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차갑고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준 것 미안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평소 할 수 없었던 문자를 눈 질끈 감고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음 깊은 곳을 짙누르던 미움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맺힌 것도 스스로가 풀려고 마음먹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냥 이렇고 살지 뭐.’ 하며 오늘을 과거의 볼모로 살아내는 불편함을

무엇 때문에 그토록 오래도록 이고 지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잃어버렸거나, 서먹해진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 보면 좋겠습니다.

‘Je me fous du passe(지난 일들을 이제 신경 쓰지 않아)’ 그 노랫말을 떠올리며

오늘을 온전한 오늘로 살아내겠다는 다짐을 가득 담아서 말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실패다’라는 말처럼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일어나고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삶은 결국 실패의 사람이라는 것이겠죠.


마음의 빗장이 남이 열려면 수백 톤의 힘으로도 불가하지만

스스로 열려고 마음먹으면 일 그램의 힘도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틀어쥐고 있는 감정이라는 손아귀에 힘을 빼 보세요.

별거 아닙니다. 마음에 얹힌 돌덩이들을 내려놔 보세요.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나를 붙잡고 구속하고 있던

감정의 창살은 넘어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마음을 나른하게 내려놓고 낮은 소리의 샹송을 한번 들어 보시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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