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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Sep 08. 2020

투명한 마음

가을 2호


이번 주의 생각


누군가와 가까워지다 보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각자의 관심사였던 것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가고, 서로 다른 가치관 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며 각자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진다. 나는 개인의 생각과 영향력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태도와 행동은 내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은 또 그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는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게 얼마나 즐거운 일 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 그렇게 야금야금 주변 친구들의 가방에 수첩과 펜을 넣어 다니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연스레 각자의 노트를 펴고 생각에 잠겼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종이에 글을 쓸 때, 나는 스스로를 속일 수 없다. 가장 투명한 마음 상태가 된다. 나만 보게 될 이 종이 위에 복잡하게 엉켜있는 내 생각과 감정들을 툭 뱉어 버리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글씨를 휘갈겨 쓰든, 이 말을 했다가 저 말을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차피 나만 보게 될, 나를 위한 글이니까. 그렇게 한 장을 빼곡히 써내려 가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과 감정이 정리된다. '너는 이미 네가 원하는 걸 알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지금 이 말을 하지 않으면 너무 늦을 거야.'라는 속삭임에 망설이던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종이 끝에서 얻은 용기와 결심은 나의 작은 선택들을 바꾸어 놓았고, 그렇게 나는 주저하던 일 들에 기회를 줬다. 종이 위에서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대할 때 유리처럼 투명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게 되었다. 나를 숨기기보다 조금 부끄럽더라도 작고 지친 내 모습도 드러내 고백하고 싶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 투명해지고 싶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임경선 <자유로울 것>. 얼마 전, 무엇이든 툭 털어놓고야 마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날도 우리는 울먹울먹 하면서도 어김없이 말을 이어나갔고 나는 이 문장을 읽어줬다.

솔직함이란 감정에 따라 일어난 생각을 숨기지 않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성향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평소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고 그로 인한 자신의 선한 의지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은 사람과 사람을 보다 깊은 곳에서 연결해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가치관 위에서 심플해지는 것이다.


매거진 B <JOBS 소설가>. 다양한 소설가의 인터뷰가 담긴 책이다. 워낙 인터뷰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때마침 소설을 많이 읽던 시기여서 고민 없이 구입한 책이다.

함께 자라는 건 , 함께 나이 들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 같다고 하죠. 제게는 글쓰기 또한 어린 시절을 간직하게 해 줄 인생의 파트너를 찾는 일 같아요. - 작가 마르크 레비
사람의 감정이 언제든 변할지 알기 때문에 글을 쓰다 보면 평소에 할 수 없던 표현이 가감 없이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같은 이유로 더 신중하고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보이는 건 당시의 마음을 최대한 진솔하게 담으려는 제 노력 때문일 것입니다. - 작가 정지돈


Netflix original

<Anne with an E>. 드라마보다 영화나 다큐 보는 걸 좋아하는데, 빨간 머리 앤은 보고 또 봤다. 앤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솔직하고 순수하며,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끊임없이 엉뚱한 상상을 하고 실수 투성이인 앤이 너무 사랑스럽다.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거야. 낭만을 다 포기하지 마라 앤. 좋은 면도 있으니까.
이제 제 앞에 길 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 모퉁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그 길 너머로 또 어떤 길이 이어질지,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그림자가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풍경, 새로운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 저 멀리 어떤 구부러진 길, 언덕, 골짜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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