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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Nov 21. 2020

행복의 역치

가을 11호


이번 주의 생각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의 콧노래를 들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제야 내가 콧노래를 자주 부른다는  알게 되었다.  이후로는 버스에서든, 길가에서든 흥얼흥얼 하다가 오늘 기분이 좋은 이유를 한번 떠올려보게 됐다. 특별한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면, 나에게 행복한 일이 많이 일어나기 보다  행복의 역치가 낮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기 예보보다 날씨가 화창하고, 자주 가는 카페 직원분이 내가 시키는 메뉴를 기억하고,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을 만날 , 보고 싶다는 친구의 문자를 받고 그냥 지나갈  있는 날들을 아낌없이 축하할 , 멋진 하늘을 만났을 . 익숙해질 법도 한데  처음처럼 마음이 일렁인다. 길에서 이유 없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깔깔 웃을 때면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제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얘기해주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과 장난기 가득한 제스처를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들떴다.


어떤 순간을 보내고 나면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요즘 보내는 하루하루는 시간을 내서 곱씹을 만큼 진한 색을 띠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순간보다  빛나고 있었다. 사진으로 남지 않지만 사소하다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안에서 거대해졌다. 누가  마음  구석에 노오란 불을 켜기라도    하루에 행복이 번져갔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한다. 행동에 앞서 황금의 말을 던지고 언제나 약속한 것 이상으로 행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 영혼의 깊이를 잃지 않으며 작은 체험 만으로도 멸망할 수 있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가진 자를.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 망상에도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들어있다.
모든 좋은 사물들은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목표에 접근한다. 그것들은 고양이처럼 등을 둥글게 하고 가까이 있는 행복 앞에서 속으로 기분 좋게 그르렁 거린다. 모든 좋은 사물들은 웃고 있다. 어떤 자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그 걸음걸이가 보여준다. 자, 내가 걸어가는 것을 보라! 하지만 자신의 목표에 접근하는 자는 춤을 춘다.


Book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버리거든.
춤춘단 말이다, 하고 나는 느꼈다. 이것저것 해도 소용없다. 어쨌든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자신의 체계를 유지할 것, 그리고 이 흐름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주의 깊게 계속 주시할 것. 이쪽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


Book

최인철 <굿 라이프>

우리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을 거라고 오해한 나머지 이미 충분히 즐겁고, 호기심이 충만하고, 삶의 고요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불안해하는지도 모른다.
품격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불고 있는 맞바람만 탓하기보다 뒷바람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이런 품격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우리의 삶은 뒷바람을 타고 순항하는 항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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