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2호
안녕하세요. 이소연입니다.
어느새 가을호 마지막 메일이네요. 평소처럼 글을 써서 보낼까, 편지를 쓸 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써요. 살랑살랑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첫 메일을 보냈는데, 가을이 다 지나가고 겨울이 코 앞이에요.
지난 봄과 여름엔 코로나 때문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보고 싶은 만큼 보지 못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문자나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 이야기를 건네고 무엇보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메일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을엔 조금 더 많은 분 들께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유일한 한 가지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대화들이 늘 저에게 기둥같은 역할을 해주었기에, 어릴 때부터 작은 것까지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런데 글 쓰는 건 한결같이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다듬지 않은 솔직하고 투박한 글을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었어요. 매번 '보내기' 버튼을 누르며 숨을 잠시 '흡'하고 참았답니다 ㅋㅋ
잔잔한 일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울리는 답장 알림은 늘 처음처럼 반갑고 고마웠어요. 메일 답장을 받으며 많이 웃고 울었고 마음에 오랫동안 새기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았구요.
<8호. 마음가짐> 회신 중에서 / 10월 31일 오후 5시 21분
나는 가끔 현실의 매서움에 이리저리 치이고 닳아 내 감정이 메말랐다 생각해. 그래서 누군가의 진솔한 감정 표현을 때로는 오글거린다는 단어로 치부하고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였어. 내 감정은 인터넷을 떠 도는 자극적인 매체에 아주 크게 웃거나 누군가가 조성한 슬픈 분위기에 휩쓸려 덜컥 울어버리는, 그런 양극단으로 치 닫아버린 것처럼 느껴. 그런데 이상하게 너와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또박또박 적어준 너의 편지를 읽을 때, 나는 마음 한구석에 누가 난로를 켜기라도 한 듯, 잃어버리고 살았던 편안함과 노곤한 따뜻함이 차오르곤 해. 너와 관련된 순간들은 메 말라버린 내 감정을 새롭게 채워주는 시간이 돼. 네가 보내준 메일을 생각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어. 이전에 받지 못했던 글도 같이 말이야. 현실이 너무 팍팍한데 나는 네 글에서 위안을 받아. 휴대폰 화면을 넘어 너의 정성어린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져. 고마워 소연아. 네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온기가 참 따스해.
남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 메일 답장을 받았는데, 감사하고 행복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런 답장을 다 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모두 소중히 간직 할게요!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애정에 한껏 치우친 시선으로 기다려준 저의 친구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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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이소연 드림
2020.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