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으로 연 도서관, 사람들이 만든 기적

거기가 어디예요?

by 들꽃 deullggott




계약한 지 40여 일 만에 도서관 문을 여는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무언가를 알고 시작한 길이 아니라 꿈 하나만 좇아 시작한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은도서관에 관한 책들을 꽤 많이 들여다보았다.

몇 달 동안은 아는 분이 운영하시는 작은도서관에 찾아가서 실습 겸 운영 방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내가 일하던 지역아동센터도 매우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하는데 작은도서관은 그보다 더 어렵다는 현실도 마주했다.

그렇게 여러 면에서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떨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이렇게 꿈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뿌듯했고, 노력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도서관을 열었지만 처음부터 사람들이 알아주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2층 건물의 옥상이라는 도서관 위치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건강 상태가 나쁜 편이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마음은 달려가는데 은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도서관의 흥망성쇠를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열자마자 닫아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미래가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 모든 과정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도 하지 않은 것보다 이렇게 몸으로 부딪쳐 보는 일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우리의 예감은 비껴갈 때가 많다.

암울한 현실은 미래를 어두운 쪽으로 바라보았지만 하루하루 열리는 미래는 생각보다 밝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당시 나는 주로 페이스북과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일상의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글로 나누었다.

그런데 도서관을 열게 된 과정을 말하니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뜨거웠다.

그저 축하의 인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탄과 경이로움, 심지어 열광하는 분도 계셨다.

이미 지인들이 축하하며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집기들을 대부분 장만했는데 뭔가를 선물해주고 싶어 하셨다.

어떤 분은 직접 만든 머그컵을, 또 어떤 분은 직접 찍은 사진의 액자를 주셨다.

어떤 분은 나의 부족한 시를 붓으로 직접 써서 주시기도 했다.

쉴 만한 소파를 사야겠다는 글을 쓰면 소파를 사서 보내주시는 분도 계셨다.

도서관에 비치할 좋은 책은 작은도서관을 후원하던 단체인 '땡스기브'에서 후원해 주셨다.

<작은도서관, 들꽃>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라고 정말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주셨다.

심지어 직접 만나본 분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글을 통해 소통하고 글로 친해진 이웃님들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제주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소중한 물건들과 축하의 편지들이 날아왔다.

내 생에 이런 경험은 다신 없을 황홀하고도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크든 작든, 자신이 가진 것을 진심으로 주면서 기뻐하고 축하하는 이 과정이야말로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리라.

<작은도서관, 들꽃>은 부족함을 드러낼수록 꿈을 가진 분들이 채워 주며 걸작이 되어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직접 찾아와 주신 분도 많았다.

일산의 작은 상가 옥상에 있던 더 작은 도서관을 보러 전국에서 찾아와 주셨다.

부산에서 대구에서 안산에서 천안에서.

기차를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꿈을 이룬 사람을 구경하러 오기도 하고, 열 평밖에 오지 않는 이 작은 공간이 궁금해서 오기도 했다.

모두가 내가 이뤄 가는 꿈과 희망을 보며 흥분한 사람들이었다.

도서관을 하고 싶은 꿈, 책방을 열고 싶은 꿈, 작가로서 자신의 공간을 갖고 싶은 꿈.

평생을 책과 함께 살고 싶은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보다 아주 조금 용기내고 앞서 걸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의 동경과 부러움을 받았다.

그 부러움은 순수하고 투명해서 시기 질투가 아닌 함께 기뻐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선명하게 전달됐다.



나는 SNS에 평소 일상을 올리듯 도서관의 일상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저 단순한 나의 일상이었다면, 도서관을 연 뒤로는 도서관을 애정하는 이들이 함께 보는 일기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날이었어도 그곳에서 읽은 책을 올리면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도서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석양을 보며 글을 쓰면 그 석양을 보며 하루를 쓰다듬는 분들이 늘어났다.

도서관 문을 열면 같이 기뻐하고 도서관 문을 열지 못하면 함께 아쉬워했다.

남편과 전투하듯 싸우면서 획득한 일 년이라는 시간이 마치 내 일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모두가 응원해 주었다.

그 글을 읽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기억했다.

누군가는 잃었던 꿈을 다시 시작하겠노라 다짐했다.

또 누군가는 지금 가고 있는 꿈이 흩어지지 않도록 더 붙잡겠노라 맹세하기도 했다.

도서관을 연 것은 나인데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리셋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와 응원 덕분에 도서관에 생각지 못했던 많은 기회가 찾아왔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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