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만난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벌인 일

원 데이 클래스에서 전시회까지

by 들꽃 deullggott




<작은도서관, 들꽃>의 문을 열고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은 아이들과의 독서 수업이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시설장으로서 매일 만났었는데 이제는 책 선생님으로 다가가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엔 조금 어색한 듯했지만 금세 적응하여 '새로운 놀이터'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저학년은 주로 만들기 활동을 접목해서 진행하고, 고학년은 사고력 확장과 어휘력 쌓기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아이들이 활기찬 얼굴로 책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센터에 있을 때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결의 기쁨을 누렸다.

성인 클래스도 기획했다.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시 낭송과 필사, 독서 동아리, 이스라엘 지리를 통해 성경 역사 배우기.

총 네 개의 프로그램을 열었다.

각 프로그램마다 소수의 인원이 모여 진행되면서 서서히 작은도서관의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소식들을 SNS에 전하니 밴드에 속해 있던 분들이 "작은도서관, 들꽃에서 우리도 뭉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바로 시작한 원 데이 클래스 수업은 바로 '낙관 만들기'였다.

낙관은 글씨나 그림을 완성한 후에 자신의 이름이나 호를 찍는 도장이다.

자신의 작품임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도장 명함'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대부분 글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 낙관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물건이었다.

밴친(밴드친구)님들은 전부 신나 했고 당장 날짜를 조정해서 열게 되었다.

사실 낙관을 만드는 건 약간의 핑계였을 뿐, 도서관도 구경하고 그동안 보고 싶던 이들을 만나는 게 더 큰 목적이었을 게다.

원 데이 클래스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수원과 인천, 서울 등에서 일산으로 모여들었는데 참여한 사람 모두가 즐겁고도 뜨거운 작업을 했다.

10평의 작은도서관은 본인의 낙관을 만들며 꿈을 새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다 초롱초롱했고 입가엔 함박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도서관을 여는 건 매우 힘들었지만, 도서관을 찾아오고 자신의 꿈을 발견하거나 계획하는 분들을 보면 너무나도 행복했다.

꿈을 찾아가는 길 중 하나를 내가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원 데이 클래스에 참여하셨던 분들 중에는 이미 낙관을 만들어보셨던 분이 있었다.

그분 덕분에 낙관을 만드는 것이 더 즐겁고 재미있게 진행되었는데 알고 보니 캘리그래피도 배우셨다고 했다.

갑자기 그분을 중심으로 '이 기회에 캘리그래피를 배워 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낙관에서 캘리그래피로 프로그램이 확장된 것이다.

기획한 적 없던 새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의 첫걸음이 그랬듯, 예상치 못한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들이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있었다.

나 또한 기회가 되면 캘리그래피를 배워보고 싶었기에 선뜻 장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열었다.

선생님으로 나선 밴친님은 총 10회기를 계획하셨고 마지막 미션은 전시회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붓을 잡아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글씨를 써 보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본격적으로 5~6명이 매주 한 번씩 만나 붓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선 긋기부터 시작해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손에 힘을 주는 법을 배웠다.

또 한 글자를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다란 문장을 써 내려가며 글자를 배열하는 방법을 익히기도 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글씨를 예쁘게 꾸밀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붓을 잡는 자세, 캘리그래피를 대하는 태도 등을 알려 주시며 진중한 가르침을 전해 주셨다.

지금 돌이켜 보면 선생님은 글씨 쓰는 법에서 삶을 대하는 당신의 모습을 전해 주신 것 같다.

세상을 올곧게 보려는 노력,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람을 수용하려는 성실함, 자신이 맡은 공동체와 끝까지 함께 려는 책임감까지.

우리는 글씨를 배우며 삶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 것이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글씨 쓰는 실력이 늘었지만 다가오는 전시회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전시회에 이번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들어가는 형태였기 때문에 혹여라도 기존 멤버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경 쓰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통해 캘리그래피의 세계도 구경해 보는 것 아니겠냐며 참여를 독려하셨다.

결국 우리는 '피해 갈 수 없다면 즐기자'는 평소의 생각을 다짐하며 도전하기로 했다.

나는 어떤 작품을 낼까 한참을 고민했다.

평소엔 살뜰하게 친절한 듯해도 내면엔 남자다움이 가득한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우직하고 듬직한 느낌의 글씨만 써졌다.

그렇게 어떤 작품을 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떠오른 게 도서관 입간판이었다.

아름다운 글씨는 쓰지 못하더라도 실용적인 면을 살려 입간판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선생님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적극 호응해 주셨다.

입간판 앞쪽엔 "작은도서관, 들꽃"을 쓰고 뒤쪽엔 우리 도서관을 설명하는 문장을 쓰기로 했다.

"책을 통해 나를 만나고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글귀는 평소에 내가 공감하던 문장이다.

입간판 글씨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부담스럽게 다가오던 전시회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전시회 당일은 무척 떨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작가들 틈에 끼어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역시 작가님들의 작품은 하나하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견줄 만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동참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뻤다.

<작은도서관, 들꽃>의 봄과 여름이 캘리그래피를 완성하면서 그렇게 영글어갔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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