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이웃

관리소 아저씨

by 나무 옆 벤치

우리 편의점이 있는 오피스텔 건물 세 분의 아저씨가 재활용 쓰레기와 건물 주변을 1일 3교대로 관리하고 있다.

그들 중 70대 후반으로 나이가 가장 많으시고 과묵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분이 있다.


그분은 출근할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 초록색 디카페인 박카스를 마시고 간다.


그런데 오늘은 나가려던 아저씨가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우리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먹기도 하고, 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비우기도 한다.


나는 매니저에게 들은 것도 있어 "드릴까요?"

물으니, 아저씨가 길고양이에게 주시겠다고 한다.


ㅡ고양이에게 주면 까치랑 까마귀도 같이 먹어요. 내가 가면 걔네들이 도망을 안 가.


지난번에는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 고라니를 붙들어서 집에 데려왔어요.

과일이랑 채소를 줬는데, 이 녀석이 우리 집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그런데 다음 날은 베란다에 있는 화초를 다 먹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근처 산에 풀어줬지.

그런데 이 놈이 안 가고 가만히 있어.

하하하


ㅡ고라니도 길들여지나 봐요.


ㅡ예. 그런데 꿩은 안 돼요.

꿩도 붙들어 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오늘 아침에 폐기한 햄버거와 라면이 담긴 봉지를 들고 아저씨가 오피스텔과 연결된 뒷문으로 나간다.


흐뭇한 표정으로 먹거리를 나눠주는 아저씨 그려본다.


자연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가는 동물에게까지 마음과 시간을 내어 이웃해 주는 아저씨가 나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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