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아침이면 오는데.....
그는 30대 초반으로 피부는 하얗고 짧은 머리를 한 남성이다.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키는 큰 편이다.
표정은 한결같다.
나는 그가 오늘도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그를 보면 긴장한다.
손님과 나 사이엔 폭이 40센티 정도 되는 선반이 있고 선반 위에 포스기와 라이터, 전자 담배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내 뒤로는 230 여 가지의 담배가 병풍처럼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의 손님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담배를 고수한다.
그래서 단골손님이 오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바로 담배를 꺼내 드린다.
그런데 이 손님은 매번 올 때마다 담배가 바뀐다.
손님의 시선을 따라 나도 스텐바이를 하고 있지만 매번 손님이 나보다 빠르다.
"그것 보다 두 칸 아래 있어요, 아니 노란색요"
나는 오늘도 그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빠른 지시에 내 마음이 허둥댄다.
그는 오늘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렇게 그의 도움으로 담배를 판매하고 나면 왠지 내가 주눅이 든다.
30초도 안 되는 만남인데도 나는 좀 힘들다.
손님의 속도에 맞추지 못해 민망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의 불만이 드러나는 표정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손님은 스캔한 후 담배를 고르지만 난 그의 시선만 대강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담배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더라도 매번 허를 찔리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소심한가.......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이 환갑인 나이에도 유연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만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관계라지만 그래도 상대에 대한 가벼운 존중은 있어야 한다.
무르고 덜 센 사람도 세상의 한 축을 담당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당연하지만 감사하게도 모두가 나를 허둥대게 하지는 않는다.
부족함을 양해해 주고 짧은 불편을 감수해 주는 손님이 더 많다.
그래서 나는 다시 추스르고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라고 단정하게 인사한다.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손님은 매일 아침이면 온다.
우리 옆 건물에도 다른 편의점이 있는데 매번 우리 편의점으로 오는 것을 보면 나름 다닐만한듯하니 그의 표정에 내가 좀 더 익숙해져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나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트레이너라 생각해 봐야겠다.
이렇게 넋두리를 하다 보니 주눅이 들었던 마음이 좀 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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