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니저

편의점식 만남

by 나무 옆 벤치

내가 알바하고 있는 편의점에는 매니저가 있다.

사장님이 매장을 여러 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매장을 담당하는 매니저가 있는데,

나는 사장님과 시간이 맞으면 보름에 한 번 정도 편의점 금고를 털러 올 때 만난다.


수수한 인상의 30대 중반인 매니저는 매장과 알바하는 사람들 관리를 참 잘한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귀엽고 편안하면서도 정렬이 잘 된 글씨체를 좋아한다.

내가 먼저 편의점에서 일했고 매니저는 몇 달 후에 합류했다.


나는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고 젊은 그녀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아까웠다.

함께 일한 시간이 길어지고 친해졌을 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이직 준비를 해서 주말엔 쉬고 휴가도 낼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보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멋쩍게 웃더니 나의 채근에 대답했다.

"저도 직장에서 일했었는데 사람관계가 힘들더라고요.

맘고생을 너무 했어요.

그래서 혼자 일하는 편의점이 맞는 것 같아요"

나는 솔직히 놀라고 미안했다.

가깝다고 매니저의 상처를 건드린 꼴이 되고 말았다.


편의점은 좀 희한한 곳이다.

어떤 손님은 하루에도 두세 번씩 만난다.

어떤 손님은 매일 한 번씩 규칙적으로 만난다.

또 어떤 손님은 가끔 오지만 해를 거듭하다 보니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서로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물건을 건네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감정소비가 없고 그저 담백하고 분명하다.


때로는 나처럼 좀 늙수그레한 사람이 편해서인지 그 짧은 순간에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

다른 손님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이어서 하기도 한다.

나는 가만 듣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관계는 1차원적이다.

편의점에 와야 가능한 관계다.

나는 수동적으로 기다릴 뿐이다.


짧은 순간에 밀도가 아주 높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로 잠시 필요에 의해 소비되지만 나름 신뢰감도 형성된다.

그래서 그런지 감정소모가 적은 편이다.

까탈스러운 손님도 있지만 그것은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어쩌면 편의점의 이런 점이 경력 없는 나에게 그리고 직장에서 상처받은 매니저에게 좋은 일터가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어머니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