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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Apr 28. 2021

일 매출 100만원, 고깃집이 접는다고

형님, 폐업서류 뭐가 필요해요

오랫만에 서울 출장이다.
운동삼아 사무실에서 터미널까지 걸어간다.
상쾌한 공기, 푸른 잎사귀가 무거운 머리를 식혀준다.

한껏 여유를 부리다 보니 버스 시간이 빠듯하다.
걷고 뛰다 간신히 택시에 올라 탔다. 출발 3분전 도착.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한줄기 흘러내린다.

광주는 이팝나무가 새하얀 밥알을 터트렸다.
풍요를 상징하는 이팝나무는 쌀을 연상케한다.
그러고 보니 내 가게 앞에도 탐스러운 이팝나무가 있었다. 대학상권이다 보니 꽃이 필 무렵이 가장 바쁜 시기다.

폭풍같은 점심영업을 마치면 비오듯 땀이 흐른다.
정말 정신없다. 몸은 힘들어도 가슴속에도 희열이 치솟는다.
고생많은 자영업 현장에서 이 재미가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지난 4년간 삶의 터전이 되준 매장은 사라졌다.
정들었던 이팝나무와도 이별 아닌 이별했다.

"형님, 수완지구 고깃집을 접으려 해요. 너무 힘들어서 못버티겠어요"
광주에서 두곳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후배가 속내를 털어놨다.
전쟁을 앞둔 장수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일매출 100~150만원하는 가게다. 오래된 식당이다 보니 단골도 있고 입소문도 탄 곳이다.
폐업고민. 남들이 보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

이곳은 임대료가 1000만원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인근 산업단지 회식이 사라졌다.
코로나 재확산 소식에 매출은 고무줄처럼 오락가락.
가끔 정신줄을 놓을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혼자서 배달까지 하며 1인3역을 자처했다. 일년넘게 이어지니 몸에 무리가 왔다.
얼마전에는 발가락 골절상을 입었는데 쉴수가 없다. .

내가 쉬면 가게도 쉬어야 한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지쳐간다.

고깃집 철거 견적만 5000만원이다.
다행이 건물주가 집기와 시설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어머님이 한사코 반대한다.
조금더 버텨 보자고...

아들과 어머니의 생각은 다르다.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화투판에서 펼쳐지는 고스톱이 펼쳐진 셈이다.

1번 고
2번 스톱

여러분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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