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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May 29. 2021

늘 더 먹게 되는 엄마 비건밥상

스무살 엄마와 찍은 낡은 사진한장

"밥을 맛있게 해줄라고 했는디. 질게 되브렀다"

엄마가 갓 지어준 따뜻한 밥한공기.
여기에 청국장, 오이상추무침, 고추절임, 무짱아치, 깻잎, 머위나물.

아침을 모처럼 근사하게 시작한다.
아침을 안 먹은지 오래지만 오늘은 엄마가 차려준 정성가득 밥상에 젓가락질은 정신없이 춤을춘다.

엄마는 새벽부터 텃밭에서 상추며, 깻잎을 뜯어다 오물조물 쓰싹쓰싹 반찬을 만든다.
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 입에 넣어줄 음식들이다.
그냥 대충대충 하는것 같은데 고소한게 입맛에 딱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엄마의 손맛임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모든 메뉴가 집 주변에서 구한것이다.
이른바 비건식단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비건은 우리집은 수십년째 하고 있다.

가끔 고기가 올라올때도 있지만 어렸을때부터 식탁은 자연 그대로를 날 것으로 옮겨놓은 그 자체였다.

살면서 가장 큰 혜택으로 생각드는게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는 점이다.

맑은공기와 푸른하늘.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날마다 마주 보며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송아지, 강아지, 흑염소, 닭들을 키우며 동물과의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지금도 고기를 즐겨하지 않는데 자연스레 몸에 벤 습관과도 같다.

학교가는 십리길을 매일 걸으며 체력을 길렀고 산과들을 뛰놀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었다.
배고프면 흙묻은 무를 캐먹고 가지, 고구마를 철근같이 씹어 먹었다.

상수리를 다람쥐처럼 주워와 도토리묵도 만들었다.
찔레꽃이 필때는 연한 줄기를, 산딸기며, 삐삐, 정금은 우리들의 간식거리였다.

아침부터 배가 터지도록 잘먹었다.
시골집에 오면 늘 정량이 오버된다.
후식으로는 엄마가 가꾸고 있는 블루베리다.
달콤 쌉싸름한게 별미다.

부쩍 늙어가는 엄마를 생각하면 가끔 울컥한 게 눈물이 나오려 한다. 아들들은 마음은 있어도 잘 표현을 못한다.

작은방 서랍장에 40년도 지난 낡은 사진한장이 눈에 밟힌다.
엄마가 젊었을때 내가 돌무렵일때 함께 찍은 사진이다.
타임머신처럼 시간이 소환된 기분이다.

스무살 꽃같던 엄마는 지금 할머니가 되어 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어버이날에 사드린 운동화는 잘 신지 않는다.
특별한 날에 신기위해 아껴두고 있다.

오늘은 광주의 유명한 삼계탕집에서 밥한끼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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