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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Jun 04. 2021

용한 점쟁이를 만난 어머님 왜?

버티다 버티다 결국 파산, 눈물의 자영업

정말 오랫만에 푹 잘 잤다. 단잠이다.

지금이라도 눈을 감으면 3시간은 더 잘수 있지만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오늘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


작년부터 잠못 드는 밤이 많았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뜬눈으로 시간을 보낼때도 있다. 다음날 퉁퉁부은 얼굴과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볼때마다 이유없는 피로가 튜브처럼 나를 감싸는 기분이다.


다크서클은 턱밑까지 내려왔다.

늘 피로에 쌓인 내게 생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웃음도 줄면서 나는 경직된 40대 중년아재가 되어 버렸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에 하나가 2020년이다.

3월부터 역대급 매출이 발생하면서 가게는 살림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대학상권을 덮치면서 운영하는 3곳의 매장이 타이슨의 핵펀치에 흔들렸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이놈의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게 사람의 애간장을 태운다. 적자가 늘면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고 버티기에 나선다. 직원 알바를 내보내고 결국에는 수개월을 혼자 버텼다.


남에게 돈 빌리기를 몹시 싫어하는 나지만 결국 3000만원을 빌렸다. 거짓말처럼 돈은 쑥쑥 잘도 빠져나간다.

그렇게 삶의 무게는 쌓여갔고 이유없는 두통은 친구처럼 내게로 찾아왔다.


두통약을 삼키며 잠을 청해도 불멸의 밤은 늘었다.

생각이 많다보니 있지도 않을 미래의 걱정과 근심을 땡겨서 고민했다.


참 바보같은 짓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깃집을 운영하는 후배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했다. 1일 두통약 두알. 나중에는 효과가 즉시 나오는 마시는 두통약으로 갈아탔다.

그렇게 대한민국 자영업은 작년부터 두통약으로 버텨왔다.


빚으로 버티다 버티다 못한 사장님들이 파산을 선언했다.

더이상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재산 보다 부채가 너무 많다보니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파산법정에는 하루 150여명이 찾는다. 5월에만 1000명 가까이가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작년대비 15%가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자영업 사장님들이다. 눈빛이 어둡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동안은 마음고생과 고충이 여과없이 전달된다.


파산신청도 쉽지 않다. 은닉재산이 있으면 안된다. 서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이혼한 부인에게도 서류를 받아와야 한다. 이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다음 코스는 노숙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년이 삼재라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 올해부터는 나아져. 7월에는 좋은 자리로 옮기겠구먼..."


어머님이 용하다는 점쟁이를 만나고 오셨다.

자식걱정에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을게다. 작년 힘들게 버텨온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속이 까맣게 타셨을 것이다.


다행히도 점쟁이는 좋은말을 많이 해줬다.

점쟁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신기하게도 다 내이야기 같다.


좋은것만 믿기로 했다.

결국에는 긍정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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