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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Jun 05. 2021

40년전 불주사에 도망치던 아이들

하필 막내가 코로나 검사를...

9살.

초등학교 2학년 막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가족 중 최초사례.


하필이면 가장 어린 막내에게 이런일이...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학교가, 집안이, 온 동네가 뒤집어 졌다.


아이들은 긴장된 모습이다.

고라니 같은 작은코와 입에 긴면봉이 깊숙히 들어간다. 인정사정 없다. '앙앙'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가 대신 나설수도 없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기다리는 시간은 공포와 고통으로 채워진다.


불현듯 어릴적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9살 무렵이다.

지금의 막내와 같은시기에 불주사를 맞게됐다.

주사를 맞기전 일주일을 바들바들 떨었다.


온갖 소문이 돌았고 주사를 맞기도 전부터 이미 고통은 시작됐다.


당시 불주사는 바늘을 불에 달궈 주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기억으로도 바늘을 실제 불로 소독해 사용하는 것 같았다. 바늘도 옛날에는 훨씬 컸다.


시골 보건소앞에 아이들이 모였다.

모두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공포는 전염된다.

혹시모를 사고를 막기위해  선생님과 간호사가 양옆에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는데 이게 더 무섭다.


드디어 시작됐다. 맞는자는 지켜보는자.

이건 고문에 가깝다.

어떤일이든 가장 먼저 해보려는 습관은 이때 몸에 벤 것 같다.


첫번째 주자부터 사건이 터졌다.

유독겁이 많은 친구는 왕방울만한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는 온몸을 꽈배기처럼 흔들어 됐다.


"주사를 안맞겠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앉은 자세에서 트위스트 춤을 췄다. 그럴수록 호위무사들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모습이 웃겼지만 웃음은 나지 않았다.


도망자.


아이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하나둘 나왔다.

모두가 체포됐고 불주사는 40년이 지난후에도 왼쪽어깨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를 받은 아이들의 불안감이 오버랩된다.

다행이도 검사결과 모두가 음성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반면 거리는 인적이 사라졌다. 광주의 신도심 상권은 평소에도 한산한 모습이지만 코로나 소식에 이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골목상권은 슬픔에 잠겼다.


작년에 시작한 코로나는 종식기미가 없다.

어쩜 평생을 코로나와 친구처럼 지내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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