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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월급날
맛있는 음식을 볼때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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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Jun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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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첫 월급날이다.
헤럴드경제신문에 입사한지 2주가 지났다.
오늘 월급의 절반가량이 통장에 입금됐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액수다.
감지덕지.
감사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예전에 비해 턱없이 작은 금액이지만 이번 월급은 특별하다.
수년간 직원과 알바 월급을 주다 직원으로 월급을 받게 됐으니 말이다. 감회가 새롭다.
스물여섯 신입사원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다.
이번달 월급은 감사한 사람들에게 다 쓸 예정이다.
부모님, 가족, 선후배, 친구들에게 밥한끼 대접하기로 했다.
그냥 고맙다.
애당초 이돈은 내것이 아니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한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가족회식을 개최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참치회 한접시와 초밥을 넉넉히 주문했다.
몇년만에 오는지 모르겠다.
바쁠때는 바쁘다고 힘들때는 힘들다고 찾지 못한 맛집이다.
그사이 아이들은 머리하나가 커졌다.
근사한 참치회, 모듬초밥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게눈 감추듯 초밥이 사라진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나는 김과 생강, 우동국물을 들이킨다.
기자로 컴백한 후 맛있는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우리가족은 예외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초밥을 오물오물 할때마다 배가 부른다.
신기하게도 안먹어도 배가 부른다.
시원한 소주한잔도 들이킨다.
맛있다.
기분 좋다.
아들과 딸들이 따라주는 술은 달다.
17살 큰아들에게 소주 한잔을 내민다.
날름 잘 받아 먹는다.
어른에게 술을 받는법, 먹는법을 가르친다.
기분이 묘하다.
불현듯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 아버지의 월급날이 생각난다.
전남 담양의 한 솜공장에서 일한 아버지는 월급날마다 우릴 점빵에 데리고 갔다.
과자나 음료수를 한아름 고르게 했다.
한달에 딱 한번뿐인 날이라 며칠전부터 가슴이 설레이는 시간이다.
양손가득 먹고싶은 과자를 골랐다. 양손에 검은봉투를 가득 채운채 아버지 자전거를 탔다.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온가족이 과자를 씹으며 사이다를 돌려마셨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선명하다.
아버지의 월급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으면서 직장도 함께 잃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들과 2차를 왔다.
동네치킨집이다.
배가 부를만도 한데 치킨한마리반이 무섭게 사라진다.
그리고 막내가 말한다.
"아빠, 나 오늘 행복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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