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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옛날 짬뽕
아들의 안경 너머에 비친 내 모습은 그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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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Jul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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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쯤일 게다.
시골 장날. 읍내에서 우연찮게 아버지를 만났다.
중학생일 때로 기억된다.
내 손
을 잡고 2층 중국집으로 데려갔다.
좁고 구불한 계단을 올라 요란한
커튼을 제치고 중국집에 들어섰다.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의 외식은 짜장면.
우리 집
은 읍내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져 있어 짜
장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먹을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다.
평소에는 말이 없는 아버지는 무뚝뚝한 편인데 술이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이날 장에서 막걸리 한잔
걸친 데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뭔가를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다. 그리고 진짜 맛있게 먹었다. 폭풍흡입. 그때 먹던 조개와 홍합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된 셈이다.
이후로도 짜장 짬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오래된 침대를 처분했다.
10년도 넘은
낡은 녀석의 피부에서 부스럼이 자꾸 떨어진다. 인조가죽이다 보니 오랜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생명력을 다한 것이다.
아들과 함께 침대를 버렸다.
어른 키 만
한 침대를 분해해 재활용 처리장에 버렸다. 혼자서는 버거울 일을 아들과 함께하니 든든하다.
몇
발 움직이니 폭염 속 송골송골 굵
은 땀이 쏟아진다.
"짬뽕
한 그릇을 하러 가자"
아들을 데리고 동네 짬뽕집을 찾았다.
짬뽕 두 그릇에 짜장 한 그릇. 여기에 얼음이 살짝 붙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이미 난 부자가 되어 버렸다.
"술맛이
어떠냐?"
"달아"
술자리 에티켓과 주법을 가르치며 함께 나눈 소주 한잔. 매콤한 짬뽕 한 그릇은 30년 전 전남 담양의 허름한 중국집을 소환했다.
아들의
안경 너머로 비친 나의 모습은 묘하게도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있다.
나이를 먹고 자식을 키우다 보면 예전에는 몰랐던 부모 마음이 떠오른다.
남자가 나이를
먹다 보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약해지는데 눈물이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모님에겐 내가 아직도 어린애 같고 나에게 부모님은 항상 젊고 건강한 모습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늙고 약해지는 부모를 생각하면 짠하고 눈물이 난다. 참 이상하다.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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