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창업 Jul 24. 2021

받아쓰기 첫 백점 그리고 탕수육, 햄버거

강렬한 동기부여  칭찬의 힘

국민학교 다닐 때의 기억이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맞았다.

동그라미가 가득한 연습장을 보고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집으로 쏜살처럼 뛰었다.


어찌나 마음이 급하던지 한쪽 고무신이 벗겨졌다. 아스팔트 포장도 없는 조그만 시골길은 까까머리 아이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 아직도 생생한걸 보니 강렬한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동기부여가 된다.


부반장을 거쳐 반장, 어린이회장을 할때마다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두분다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오래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딱 한번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다. 신기하게도 아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모르는 문제도 신들린 듯 다 맞았다.


가족회식.


읍내 중국집서 처음으로 탕수육을 시켰다.

말없이 소주 한잔 들이키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어머니는 동네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몹시도 알리고 싶어 했다.


막내딸이 늦은 밤까지 날 기다린다.

그리고 수줍게 종이 한 장 내민다.

받아쓰기 첫 백점.


"대단하다. 해낼 줄 알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연신 뿌듯해한다.

탕수육을 사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폭염을 뚫고 햄버거집을 찾는다.

세트메뉴를 시키고 맛있게 먹는다.

먹는 걸 지켜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매장은 우리뿐이다.

대신 배달기사님들이 분주히 오간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자고 있는 아들 생각이 난다.

잘 포장해서 곧장 집으로 향한다. 햄버거에 감자튀김은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다.


좋아할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쁘다.

작가의 이전글 아버지와 옛날 짬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