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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Jul 31. 2021

가장 좋은 선물은 머니머니 해도...

엄마의 시골밥상은 언제나

엄마의 시골 밥상은 언제나 기대된다.



시골의 시계는 빠르다.

동이 트기전부터 바삐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도시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걸죽하고 허스키한 뒷집 장닭이 아침을 깨운다.

묵직한 게 한방이 있다.

지지배배 쉴세없이 재잘대는 산새들.

여름비를 잔뜩 머금은 대나무는 우후죽순 쭉쭉 뻗어 간다.


옆집개는 내가 올때마다 너무도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동생같이 느껴질 정도다.

가끔 이녀석이 사람같다고 생각될 때도 많다.

바둑무늬 새끼도 6마리나 낳았는데 너무나 귀엽다.


늙은 부모님은 꼭두새벽 새벽부터 꽃과 화분을 정리중이다.

시들어간 화분에 새생명을 불어 넣는다.

칠순이 넘은 아버지는 툴툴되면서도 어머니의 지시를 잘 따른다.


늦은밤.

퇴근길에 시골집으로 차를 돌렸다.

회사 출범식때 선물로 들어온 화분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당시 수많은 화환과 화분들이 들어왔다.

너무 감사하지만 그수가 많아지면 통제불능이다.


내가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때도 비슷했다.

두번, 세번 가게를 낼때마다 거추장한 화분은 사양했다.

가장 좋은 선물은 머니머니해도 머니다.


사무실에 둔 화분들은 어느새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말라죽은 것도 있고 곧 이 세상을 떠날 녀석도 있다.


좋은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화분을 정리하니 작은사무실이 넓어졌다.


땀을 뻘뻘 흘린다. 작은차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광주에서 담양까지 40분을 내다 달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방지턱을 넘을때마다 화분들은 이리저리 뒹근다.

훍과 돌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차안은 엉망이 됐다.

그래도 뿌듯하다.


기억속 어머니는 꽃과 나무를 사랑했다.

늘 집에는 온갖 꽃과 예쁜화분들이 가득했다.

꽃을 키우면서 행복해하셨다.


넉넉지 않은 살림지만 꽃과 나무, 화분수는 우리동네 최고 부자다.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덕분에 오랫만에 시골 우리집에서 주말 아침을 맡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못뵌 지 오래다.

돌아가시면 보고 싶어도 볼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슬슬 배가 고프다.

늘 한공기를 더 먹게되는 엄마의 시골밥상은 언제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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