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2년 전 광주의 한 아파트를 급하게 처분했다. 광주의 핫플레이스에 입지 한 대기업 브랜드 40평대 아파트다. 지하철 2호선 호재까지 겹치면서 인기가 많은 아파트 단지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공인중개사도 일감이 없어 폐업하는 곳이 많았다. 매도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10곳이 넘는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고 아파트값을 계속 내렸지만 입질조차 없었다.
속이 타들어 가는 시간만큼 집값은 뚝뚝 떨어졌다. 결국 시세보다 6000만 원가량 가격을 낮추자 거래는 성사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라 수근 되는 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집을 팔고 났더니 집값이 2억 원가량 올랐어” 얼마 전 만난 친구는 신세를 한탄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싸게 내놓은 아파트가 뒤늦게 황금알이 된 것이다. 버스는 이미 떠나 버렸다.
지방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를 규제하자 광주 등 지방 아파트값이 껑충 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지방에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다.
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개 광역시의 아파트값은 일주일 만에 0.62%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0.34%)을 앞지르는 이변이 연출됐다.
울산(0.58%), 부산(0.57%), 광주(0.41%)가 특히 많이 올랐다. 지방 아파트값 역시 상승했다. 세종(0.83%), 경남(0.54%), 경북(0.33%), 충남(0.31%), 충북(0.13%), 전북(0.09%), 전남(0.09%), 강원(0.03%)이 모두 올랐다. 아파트값이 내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실제 광주 봉선동의 경우 지난해 3억 원 하던 집값이 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부동산 경기를 보여온 광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현재 광주 주택보급률은 115%를 넘었다. 인구 145만 명이 수십 년째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아파트가 늘어난 만큼 상가 공급도 급증했다. 텅 빈 상가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현재 광주는 재개발, 재건축, 신규 아파트 등 공급이 늘고 있다. 정상적인 주택 시스템상 단기간 수억 원씩 아파트값이 상승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 실수요자는 제자리걸음인데 분양아파트마다 수천에서 수억씩 프리미엄이 붙었다.
최근 광주시가 외지 투기세력 단속에 나선 이유다. 시는 최근 광주 봉선동, 수완지구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역 중개업소를 집중 단속했다.
단속 결과 불법 외지인 매수가 상당수 확인됐다. 최근 3개월간 봉선동 전체 매매건수는 378건인데 이중 외지인 매수는 135건에 달했다. 전체의 33%가 외지인이 사들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호가를 끌어올린 후 다시 되팔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투기 방법이 전매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한 후 실거래가만 잔뜩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투기행위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려는 일부 중개업소의 행태도 비난받을 만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인에게 되돌아온다. 투기세력을 근절시킬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설교통부 장관 출신인 이용섭 광주시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