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배달 오토바이

신도시는 초보창업자의 무덤

by 생존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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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20분.
아이들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한다.
31가지 맛을 고를 수 있는 아이스크림도 한통 사 오기로 했다.
발걸음이 가벼운 딸들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밤공기가 신선한 게 정신이 맑아진다.

운동도 할 겸 주변 상권을 한 바퀴 살핀다. 상가를 살피고 새롭게 생긴 가게나 사라진 아이템을 살피는 것은 오래된 취미이자 경제공부법이다.

내가 사는 곳은 6년 전 광주의 신도시로 개발된 마을이다.
불모지와 같았던 곳이 어느새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다. 3만여 명의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신도시는 전국 어디나 비슷한 구조다.
토지개발, 용도구역 등 도시개발 과정이 동일하다. 주거공간을 위해 아파트가 촘촘하게 들어선다. 학교와 공원, 교통망, 상가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자영업의 눈으로 봤을 때는 매력적인 상권으로 보인다.
실제 돈을 버는 곳도 많다.
하지만 초보창업자가 들어가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상권이 자리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높은 분양가로 임대료가 높다. 유동인구의 수요예측 과다계상으로 상가 공급이 많은 편이다. 인구수 대비 상가가 넘쳐나는 이유다.

대도시일수록 주차난을 호소한다. 땅값이 비싸다 보니 주차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밥 먹으러 왔다가 주정차 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오만 정이 뚝 떨어진다.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를 사느라 입주민 대부분은 은행에 빚을 졌다. 고가 아파트 주변일수록 구매력은 떨어진다.
원리금 상환과 이자부담으로 가처분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서민아파트일수록 잘되는 가게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곳에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찾아왔다.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기분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자영업은 총알받이라는 국민 청원에 10만 명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현장은 정말 한산했다.
텅 빈 매장을 지키는 사장님은 휴대폰만 연신 들여다봤다. 종종 갔던 고깃집도 폐업했다.

배달 전송 시대의 심벌인 딜리버리 대행사도 한산하다.
10대 이상 오토바이가 주인을 잃은 채 잠들어 있었다. 폭풍처럼 치솟던 배달 열기도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광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하 돼 식당, 주점이 12시까지 영업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전과 다를 바 없다. 유동인구가 대부분 사라졌다.
3단계에 놓인 수도권은 더욱 비참하다.

자영업 총알받이.
나도 모르게 공감을 꼭 누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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