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냉가슴 건물주의 깊은한숨

텅빈 혁신도시 상가의 쓸쓸함

by 생존창업

토요일 오후 6시. 이곳은 나주혁신도시다.
대기업 커피 프랜차이즈 두 곳은 이웃처럼 사이좋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한 곳은 이미 폐업했고 다른 한 곳은 문을 닫았다.

80평가량 넓은 중국집에는 손님이 한 팀도 없다.
홀 방문하면 2천 원을 할인해주는데도 썰렁하다.
배달에 총력을 쏟는 이유다.

카메라를 켠지 채 5분이 안됐지만 빈 점포만 수십 곳.
많은 가게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수많은 사장님들의 눈물이 스민 골목이다.

임대료, 인건비를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근근이 이어오던 생명줄이 끊긴것으로 풀이된다.

혁신도시 상가 곳곳에는 임대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공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 2년간 이곳을 수차례 찾았는데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어떤 곳은 건물 자체가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있다.
건물주의 속마음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28일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상가는 1만 개에 달하고 현재 공실률은 70%에 육박한다. 인구가 3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에 상가가 넘쳐나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구 3명당 상가만 1개꼴이다.

5년 전 황무지와 다름없던 나주의 시골마을은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상전벽해.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6곳이 이전하면서 도시는 장밋빛 미래로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달랐다.
공공기관 이전의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이 재앙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국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밑그림을 잘못 그렸다. 돈이 되는 상업용부동산을 무분별하게 허가해줬다. 염불보다 잿밥을 탐내던 무리들이 있다. 이쯤 되면 토건세력, 시행사, 지역 공무원의 패착이라 불릴만하다.

수요와 공급 간 엇박자가 생기자 희생양이 쏟아져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의 노후자금과 퇴직금이 상당 부분 흘러들어 왔다.

실제 생존창업 구독자의 아버님도 이곳에 투자했다 낭패를 봤다. 가족의 불화가 커진 것도 이때쯤이다. 혁신도시 이야기만 나오면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건물주나 투자자는 애가 탄다.
투자금은 커녕 대출원금과 이자에 허덕인다.
관리비라도 내줄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조건을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자기 선택이라 남을 탓할 수도 없다.
벙어리 냉가슴으로 오랜 기간 살다 보니 화병이 날만하다.

이곳은 피크시간인데도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사회적거리두기 여파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정착률이다.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서울로 떠나버린다. 소비주체가 사라지니 상가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시 가본 나주혁신도시는 텅 빈 상가가 여전했다.
공실률 70%의 꼬리표는 2월의 찬바람에 나부꼈다.

배뫼산 정상에서 바라본 혁신도시는 아름다웠지만 자영업 현장의 신음소리는 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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