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본질을 꿰뚫는 힘

by 생존창업


새벽 6시. 일요일 아침.
아직도 주변은 어둠에 물들어 있다. 3주 연속 주말마다 제법 많은 비가 쏟아졌고 살짝 한기가 든다.

지난주는 술자리가 거의 날마다 이어졌다.
사업적으로 그렇고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소주한잔 털어 마실 기회가 많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속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술자리를 즐기게 됐다.

수습기자 시절. 회식은 악몽에 가까운 일과 중 하나였다.
거의 일년간 점심과 저녁 만찬이 이어졌다. 그때는 정말 무식하게 술을 마셨다. 술도 못하는데다 억지로 마셔야 하는 상황은 늘 곤혹스럽다. 술자리가 힘들어 사표를 낸적이 있을 정도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한번은 그렇게 비싸다던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셨는데 나에게는 독약과 다름 없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마심)
그렇게 술자리마다 나는 오바이트를 하며 화장실 바닥을 침대마냥 이용했다.

소주를 한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갛게 변한다.
알콜분해 요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하다. 지금은 한병 이상은 너끈히 마시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것도 노력의 결과인걸까?

금요일 저녁. 친한형 회사의 회식에 초대받았다.
20대로 구성된 쇼핑몰팀 회식자리다. 눈빛들이 살아있다.
한직원은 유튜브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내 직원은 아니지만 뭔가에 도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기분좋은 자극을 받는다. 그리운 사람들이 떠올라 술기운에 안부전화를 날린다. 밤이 되면 인간의 뇌는 이성 대신 감성이 지배한다.

소주 한잔을 주고 받다보니 어느덧 자정이 지났다.
술에 취한 배가 빵빵하게 터져나온다.
살이 쪘다. 배가 나왔다. 무작정 걷는다.

상무지구 유흥상권은 인산인해.
거리는 젊음의 열기로 후끈하다.
퓨전주점과 포차는 빈자리가 없다.
대부분 20대 젊은 남녀의 에너지가 거리를 수놓는다.

코로나, 사회적거리두기. 요즘은 이런 풍경이 낯설다.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테이블 마다 넘쳐나는 술병들은 춤을추고 있다.
억지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좋아서 마시는 술이다.
원초적 본능. 이는 법과 규제로도 통제할 수 없는 생존의 법칙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곳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불타는 청춘 남녀의 만남을 비싸게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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