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창업, 일단 보류시키다

확증편향의 오류

by 생존창업


"동생, 하도 답답해서 불쑥 찾아 왔네. 혼기를 놓친 딸 시집도 보내야 하고 첫 창업도 앞두고 있는데 밤잠만 설치고 있다네"

1억원을 들여 커피숍 창업을 결심한 형님 내외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형님은 신중파, 형수님은 강경파.
창밖으로 비둘기 한마리와 매가 날아가는 형국이다.
서로다른 노선이었지만 걱정되고 초조하기는 매한가지.

일년여만에 만난 형님의 머리는 반백이 됐다. 환갑을 앞두고 중년창업을 계획했는데 걸리는 게 너무 많다. 두분 다 공직에서 은퇴했는데 사업 경험과 경영의지가 약하다.

생계형이라기 보다는 대외과시용에 가깝다.

시원한 더치커피 한잔을 내어드리고 커피숍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날것으로 토해냈다. 청년다방을 2년 넘게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여과없이 소개하기로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어느새 두분이 싸우고 있다. 언성이 높아지더니 조용한 사무실에서 부부싸움이 펼쳐졌다. 헐.

확증편향.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미 마음이 기운 형수님이 원하는건 긍정과 지지의 시그널임을 알아차리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시험을 안 보게 할수는 없었다. 다만 점수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안내할 수 밖에 없었다.

예상문제를 여러개 알려줬다.
초보 창업인만큼 투자비를 초소화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커피숍 브랜드, 상권, 입지, 세무, 회계, 인력관리, 홍보 마케팅 등 챙겨야 할 부분을 전했다.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한다.

현장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이게 돈이다.
이대로 업체의 말만 듣고 창업했다면 일년도 안돼 수천만원을 날릴 게 눈에 보였다.

호수위의 백조가 우아하게 보여도 수면 아래에서는 수천번의 발길질이 이어진다.
손님으로 커피를 마실때와 주인이 되어 커피를 내릴때는 천지차다.

실제 한꺼번에 몰려드는 음료 주문에 진땀을 쏟은적이 많다. 저가커피는 박리다매 구조라 일정규모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남 좋은일만 시킬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참 어려운 게 장사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한두번 요행이 따를수 있지만 피나는 노력과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점심으로 시원한 생태탕을 함께 나눴다.
국물은 시원했지만 마음은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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