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도 끝이 났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냈다.
나도 좀 쉬어야 했다.
직장(프리랜서지만), 아내, 딸, 며느리, 엄마, 형님, 아이친구엄마, 학부모, 큰엄마, 언니....
수만 가지 역할을 수행하느라 번아웃이 왔다. (잘했다고 말하진 않았다.)
매 순간 모든 역할과 관계에 진심과 최선을 다하기에 그럴 법도 한 것 같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할 가족이 그렇지 못할 때 힘듦은 더욱 배가 되는 것 같다.
(가족이라도 항상 좋을 순 없고 상황 맞춰하는 거지 어쩔 수 없다.)
요즘은 경제적인 부분이 인생 최대의 화두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좀더 크고 장기적인 계획을 머리속에 그리곤 했었는데
요즘은 매일매일 paying the bill 하느라 눈썹이 휘날리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경제상황이 여유가 조금 아주 많이 없다
(연말 정도엔 전망이 좀 다르지만..)
하던 것들을 안 할 수 없으니 이 톱니바퀴를 계속 돌아가게 하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Pay the bills를 하는 일에 생즉사로 매달린다.
거의 10년차 프리랜서는 어느새 생계형이 되어 협상의 달인이 되어간다. (역시 사람은 위기에 부딪혀 봐야 초인적인 능력이 나온다)
※ 내 생활에 일이 유의미하기 위한 최소한의 MOQ를 보장받는 것은 이젠 나에겐 당연한 권리이다
(돈 앞에선 자비가 없다)
요즘 솔직한 심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에 많은 시간과 감정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해야 하는 것들은 해야 한다.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PM과 다음 주에 할 일에 대한 교통정리도 끝내고(나와 요 근래 계속 언쟁이 있었던 분이다)
티브이를 켰다.
정신과의사가 예민한 사람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완전 내 얘기다.
대인관계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의 작은 성취감들을 통해 자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취미, 또는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다른 일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
(격한 운동도 오히려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가기만 할뿐 나와 맞지 않으면 무쓸모)
지금 당장 할 일들이 있으니 더 잘 못한 일에 대해 자책감이 들고 우울해도 얼른 털고 일어서야 한다.
무슨 결제하고 처리해야 되는 일들은 그리도 많은지
배고프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고 수시로 와서 집적대며 등을 긁어달라는 둘째도 있다.
그나마 웃게 만드는 건 아이들이다.
잠깐 멍이라도 좀 때리고 있고 싶은데 잠이 안온 다고 아우성인 아이들
냉장고 문을 하도 열어대기에
같이 누워 인터넷 장보기를 하며 그런 와중에도 서로 발로 차고 좁은 침대 위에서 험악한 장난을 하느라 난리가 났다. 어느덧 잠들어 있는 둘째.
이런 것들이 사실 행복인 건데 너무 거창한 생각의 바다에 늘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서 생각나는 말,
Take it easy.
항상 먼저 찾아주는 아이친구 엄마가 바쁜 일 끝나면 함께 놀자고 한다. 내 안에 약 30%정도 차지하고 있는 외향성도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나는 메시지에 대답도 하고, 하트도 살포시 눌렀다.
아이 스케줄에 대한 공지가 오는 카톡방들에도 체크를 살포시 누른다.
부디 오해가 없어야 할진대 내게 맡겨진 수만 가지 페르소나와 수만 가지 역할에 난 감사함을 느낀다.
우울하고 더 잘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며 자책하고 슬프고 자시고 할 시간도 사실 없다. 할 일이 너무나 산적해 있기 때문에..
복잡한 마음에 오늘 어디선가 읽은 말이 기억이 난다.
나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누군가의 인정보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다음 글은 "해외살이를 꿈꿔보다" 라는 주제로 프롤로그: 내가 해외살이에 동경을 가지게 된 이유 - 오지랖 한국 사회: 나를 찾아가는 시간과 육아의 속도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