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답은 없다면서,
오답은 언제나 뚜렷하게 다가온다.
어긋난 선택, 놓친 타이밍,
미처 닫지 못한 문틈 사이로
후회가 바람처럼 스며든다.
손끝에 묻은 어제의 흔적,
지우개로 지우려 해도
더 깊이 새겨지는 자국처럼
삐뚤삐뚤 남는 나의 이야기.
흰 종이에 그린 엉성한 선이
낯설고 창피한 시작이지만,
가만히 보니 그것이 그림이 되고
어쩌면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정답을 몰라 헤매던 날들,
그 어둠 속에서 문득 스친 깨달음.
오답이라 여겼던 모든 흔적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낸 재료였다는 것.
그래서 다행이다.
정답을 몰라서
'끝없는 시도'라고
어설프게 용기를 붙였다.
흰 종이에 다시 선을 긋는다.
똑바르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