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협상을 하는 두 명의 팀장이 있다. 한 명은 항상 눈치부터 본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만 파악해서 무조건 맞춰준다. "우리 팀 일정은 조금 빠듯하지만... 괜찮습니다"라며 자신의 상황은 숨긴다. 갈등을 피하려다가 팀원들은 야근에 시달리고, 프로젝트 품질도 떨어진다. 상대방도 우리 팀의 진짜 상황을 모르니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한다.
다른 팀장은 서로의 눈빛을 이해하려 한다. "저희도 일정이 촉박한 상황인데, 혹시 그쪽도 급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라며 먼저 상대방 입장을 파악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도 솔직하게 전달한다. "품질을 보장하려면 최소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라며 눈빛으로 진정성을 담아 설명한다. 서로의 제약사항을 이해한 후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찾는다.
부부가 주말 계획을 세우는 상황이 있다. 한 명은 상대방 눈치만 본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자신의 의견은 숨긴다. 상대방이 영화를 보자고 하면 "좋아"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피곤해한다. 나중에 "내가 언제 영화 보고 싶다고 했어?"라며 서운해한다. 상대방도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답답하다.
다른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살핀다. "당신은 어떤 걸 하고 싶어요? 나는 사실 집에서 쉬고 싶어요"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상대방도 "나도 사실 좀 피곤해. 그럼 집에서 같이 영화 보는 건 어때?"라고 응답한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 후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게 '눈치'와 '눈빛'의 차이다.
눈치를 보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맞춘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만 파악해서 무조건 따라간다.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갈등을 피하려 한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진짜 소통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해가 쌓인다.
눈빛을 가진 사람은 상호적으로 소통한다. 먼저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솔한 마음도 눈빛에 담아 전달한다. 때로는 다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찾는다.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더 깊고 지속적이다.
고려의 외교관 서희는 거란과의 담판에서 전쟁 없이 강동 6주를 되찾았다. 그는 거란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었다. 거란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그들은 고구려 땅에 대한 명분과 송나라와의 교통로 차단이 목적이었다. 서희는 이를 이해한 후 고려의 입장도 명확히 전달했다. "우리가 고구려의 정통 후계자이며, 송과의 관계를 끊고 거란과 친선을 맺겠다"는 눈빛 담긴 제안을 했다. 서로의 이익을 이해한 완벽한 협상이었다.
핀란드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Kaksi mieltä, yksi sydän"(카크시 미엘타, 위크시 쉬단) - "두 개의 마음, 하나의 심장." 서로 다른 생각을 가져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직설적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버드 협상 연구소의 20년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협상의 핵심은 "상호 이해"였다. 자신의 요구만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은 단기적 승리를 얻어도 장기적 관계가 깨졌다. 반면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도 솔직하게 공유한 사람들은 윈-윈 결과를 만들어냈다.
심리학에서는 "공감적 소통"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상황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다.
눈치는 갈등을 피하려다가 문제를 키운다. 눈빛은 갈등을 인정하고 함께 해결한다. 눈치로 얻은 평화는 임시적이지만, 눈빛으로 이룬 이해는 영구적이다.
눈치 말고 눈빛으로 소통하라. 상대방 마음을 이해하되 내 마음도 전하라. 일방적인 맞춤보다 상호적인 이해를 택하라.
눈치가 고개를 숙인다면, 눈빛은 시선을 마주한다.
맞추려 애쓰기보다, 마주하려 용기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