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말고 기준

by 카밀리언

스물네 번째 이야기


투자를 시작한 두 명의 직장인이 있다. 한 명은 항상 기회를 찾는다. "이 주식이 곧 오를 거래", "비트코인 지금 사면 대박"이라며 카더라 정보에 의존한다. 유튜브에서 "내일 상한가 종목 3개"라는 영상을 보고 무작정 따라 산다. 그러던 중 지인이 "너만 알고 있어"라며 특별한 정보를 준다. 몇 번 작은 수익을 보자 확신이 선다. 결국 집을 사기 위해 모았던 2억 원까지 영끌해서 투자한다. 하지만 그 정보는 거짓이었고, 2억 원을 모두 날렸다. 지인과의 연락도 끊어졌다.


다른 직장인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든다. "PER 15 이하, 부채비율 30% 이하인 기업만 투자한다." 재무제표를 보고 사업 모델을 분석한다. 처음엔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어디서 잘못됐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PER 기준을 12 이하로 더 엄격하게 하고, 영업이익률도 추가하자"며 기준을 다듬어 나간다.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완성되자 '나만의 투자'라는 책을 썼다. 개인에게 맞는 투자 강의를 하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작가로서도, 유튜버로서도, 투자자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두 명의 고3 학생이 있다. 한 명은 기회에 집중한다. "의사가 돈을 제일 많이 벌어", "의대만 가면 인생 성공"이라는 말에 혹해서 의대를 목표로 한다. 적성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사회적 지위와 연봉만 본다. 억지로 의대에 입학했지만 의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러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이 시작되자, 기회다 싶어 휴학하고 집에서 게임만 한다. 아들의 의대 입학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엄마는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해 화병으로 쓰러진다.


다른 학생은 자신의 기준이 명확하다.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다. 주변에서 "문과는 미래가 없어", "굶어 죽을 거야"라고 만류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국문과에 진학해서 묵묵히 글을 쓴다. 처음엔 블로그에, 그다음엔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하며 실력을 키운다. 10년 후 그는 웹소설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이 웹툰으로 제작되고 영화화까지 되면서 상당한 부를 이룬다.


이게 '기회'와 '기준'의 차이다.


기회에 의존하는 사람은 수동적이다. 외부에서 오는 것을 기다리고, 남의 판단을 따라 한다. "기회를 놓치면 안 돼"라는 조급함에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운 탓을 하고, 다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헤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기준을 가진 사람은 능동적이다. 자신만의 원칙과 가치관이 있다. 유혹이 와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거절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조건에 맞는 것을 기다린다. 실패하면 기준을 점검하고 개선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DVD 대여 사업이 절정일 때 스트리밍으로 전환했다. 주변에서는 "지금 DVD로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왜 위험을 감수하느냐"라고 말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었다. "고객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이었다. 수많은 기회보다 이 하나의 기준을 지켰고, 결국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El que mucho abarca, poco aprieta"(엘 케 무초 아바르카, 포코 아프리에타) - "너무 많이 잡으려 하면 아무것도 꽉 잡을 수 없다."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 하면 오히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뜻이다. 스페인의 투우사들도 황소의 모든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타이밍과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20년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선택적 집중'이었다. 그들은 수많은 기회 중에서 자신의 기준에 맞는 것만 선택했다. 반면 실패한 기업가들은 "기회를 놓칠까 봐" 이것저것 다 시도하다가 자원을 분산시켰다.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의 역설'이라고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기준 없이 모든 기회를 검토하면 결정 피로에 빠진다.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빠르고 정확한 선택이 가능하다.


기회는 외부에서 온다. 하지만 기준은 내부에서 만든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지만, 기준은 지금 당장 세울 수 있다. 좋은 기회를 알아보려면 먼저 좋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회를 쫓지 말고 기준을 세워라. 남의 추천보다 자신의 원칙을 믿어라. 많은 것을 얻으려 하지 말고 옳은 것을 선택하라.


기회는 잠깐이지만 기준은 영원하다. 기회로 얻은 성공은 우연이지만, 기준으로 이룬 성공은 필연이다.


기회는 물결 위 배들처럼 등대를 따라가지만, 등대는 많은 이들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등대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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