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칼

by 카밀리언

서랍 구석에 숨어 있던 숫돌을
호기심에 꺼내어
칼끝을 갈다
음식보다 내 손이 먼저 베인 적이 있다


그 뒤로는
날카로움을 좇지 않았다


전문 요리사처럼

음식을 예술로 만들 것도 아니고
돌도끼나 반달 돌칼보다
잘 썰리면 그만이다


다행히
난 전문가라 칭송받을 일도 없으니
인생을 갈 숫돌도 필요 없다


그래서
모서리를 세울 일도
내가 흘릴 피도
남이 흘릴 눈물도 없다


무디게 사니
상처받을 자리도 없다


나는
무딘 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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