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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혐오에 대한 단상들...

by 이상윤

#한국 남성의 도쿄 교제살인 사건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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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법을 공부하면서, 한국-일본도 EU처럼 함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이 있다. 예전 글에서 잠깐 썼듯이,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님 인터뷰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

그때부터 일본에 오는 걸 꿈꾸었고, 감사하게도 정말 일본에 오게 되어 그 꿈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더 감사하게도, 난 아무런 기여도 한 게 없는데,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면서 두 나라가 많이 가까워졌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그러나 양국의 거리가 가까워졌다지만 그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되려 기존 문제들이 반복, 악화되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갑갑하다. 두 나라가 가까워지면 장애인 인권, 다양성 추구, 성평등 보장, 환경 보호 등등이 함께 더 잘 추구될 수 있으리라 꿈궜지만, 정작 현실에서 보이는 건, 국경을 넘는 성폭행, 교제살인, 외국인 혐오뿐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최근엔 30대 한국인 남성이 일본 도쿄 거리에서, 대낮에, 교제 중이던 같은 한국 국적의 여성을 칼로 찔러 죽인 살인 사건도 있었다. 여성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뒤 사건 발생 사흘 전 살인을 위해 입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제폭력과 살인이 점점 심각해지는 한국의 현실, 그리고 외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의 현실 속에서, 개인적으로도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았다. 그는 왜 일본까지 와서 그런 '교제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그리고 이런 일은 꼭 '외국인 범죄'라는 프레임으로 씌워져야 했을까... 이런 극단적 사건 외에도 요즘 일본에서 한국 남성들의 추태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Two wrongs don’t make a right"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든다...




#2 지난 강남역 살인사건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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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시위에서, 한국은 여성들이 무서워서 거리를 다닐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에 반론이랍시고 나온 소리가 한국처럼 안전한 곳이 있냐는 것이였다.

잘못된 반론이다. 난 당시 포인트는 치안 불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여성, 나아가 약자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이 만연하고 어느 정도 합법화, 제도화 된 사회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한국뿐만 아니라, 비슷한 곳(예컨대 일본)엔 다 같은 비판, 문제 제기가 이뤄졌을 것이다.

남성(특히 동아시아 남성)으로서 내 경험은 전혀 다르단 걸 안다. 다만, 내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조용하고 체구도 작았던 나는 소위 ‘일진’ 혹은 반 사람들의 놀림, 괴롭힘꺼리였다. 그래서 교실 뒤, 복도, 화장실이 싫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괴롭힘과 시비가 튀어나왔다. 군대에서도.

오늘 문득, 그때 그 비판이 외친 건, 여성들에게 한국은 나의 과거의 학교, 군대 같다, 혹은 그 이상이다 말한 것이었을까-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그럼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는 존재일 수 있겠단 생각도...




#3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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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글에서, 요즘 한국에서 쓰인다는, 중국인, 화교들 대한 혐오적 표현을 옹호하는 글을 보았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차마 남기지 못하겠다...

그런 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불안감이랄까, 심정, 그런 것을 알 것은 같다. 그들은 이런 저런 정말 심각한 경우들을 예로 들며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강변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들을 근거로 자기들의 주장은 혐오나 차별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문명사회에서는 그런 ‘경우’들이 발생했을 때 그런 행위를 한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그렇게 해도 되도록 만든 공식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지 않고 그런 “경우”들을 근거라고 하면서, 한 집단 전체를 비난하고, 제도 개선이 아닌 존재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을, 우리는 ‘차별’, ‘혐오’라고 한다.

그의 발언에 악의는 없었다고 믿지만, 그래도 정확히 차별과 혐오의 전형인 것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말한다고, 아닌 게 되는 게 아니다...

참고로, 2024년 현재 한국은 전세계 가장 인종차별적인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and US News & World Report).

아무리 방법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더라도, 이렇게 여러 지표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4 그래도 희망적인 내일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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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냥 동네 자판기에서 뽑은 그냥 생수병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써져 있었다.


"We at Cheerio believe that who you are and who you love are for you to choose."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은, 너무나 획일적이고, 차별적인, 배타적인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내보면… 보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노력들이 느껴진다. 감사하다.


東アジア、とりわけ韓国や日本は、どこか画一的で、差別や排他性が強い社会だと思っていた。それでも暮らしてみると、目に見えるところでも、見えないところでも、変化を生み出そうとする人たちの努力が感じられる。ありがたいと思う。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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