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호기심도 많고 다소 엉뚱했다. 유치원 시절, 하루는 밖에서 놀다가 이마에 큰 혹을 하나 붙여 와서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앞 뒤 짱구에다 혹이 하나 더 붙은 것을 보니 참 볼만 했다. 한참을 울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 그치며 묻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엄마, 부딪히면 이마가 들어가야지 왜 툭 튀어나와?” 하는 물음에 그만 실소를 하고 말았다. 아이는 배꼽이 빠져라 웃는 내가 이해가 안 가는지 눈물을 훔치다 말고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이가 생각하기엔 부딪히면 들어가는 것이 이치적으로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천진스럽게 묻는 딸아이의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자 “조금 더 크면 알려줄게”라고 우물쭈물 그냥 넘겨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 때 있었던 일 역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학창 시절, 달리기 차례만 되면 왜 그렇게 가슴이 콩닥콩닥했는지, 달리기는 우리 모녀에게 있어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다.
운동회가 있던 날 아침, 너무도 불안해하는 딸에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보였다.
“달리기 좀 못하면 어때. 뛰다가 힘들면 그냥 천천히 걸어.”
“엄마도 참, 다른 애들 다 뛰는데 어떻게 혼자 걸어?”
“아무튼 너무 애쓰지 말고…. 알았지?”
그렇게 아이를 보내 놓고는 서둘러 점심을 준비해서는 학교로 달려갔다. 여러 순서가 지나고 드디어 역사적인 달리기 시간이 되었다. 뛰는 것은 딸인데 내 심장이 더 벌렁벌렁 했다.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안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다른 엄마들을 보내 놓고는 혼자 자리를 지켰다.
한참 후 점심시간이 되어 딸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났다.
“달리기는 잘했어? 역시나 무리였지? 몇 등이나 했는데?”
이말 저말 한참 물어보자 딸아이가 당당하게 4등을 했다며 말했다.
“뭐, 4등? 진짜? 웬일이니? 맨날 꼴찌로 들어오더니 4등을 할 때가 다 있네.”
1등이 아니라 4등이라는 말에 좋아라 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엄마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그런데 잠시 후 딸아이가 갑자기 주변을 살피더니 내 귀에 살짝 대고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엄마, 실은 네 명이 뛰었어.”
그 소리에 그냥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그 씨가 어디로 가나….
나 또한 100m 달리기 최고 기록이 22초였고, 한 번도 그 기록을 깨지 못했다.
딸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 거의 협박을 했지만 입이 근질거리자 결국 그 약속을 깨고 말았다.
이후로 이 일은 두고두고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일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