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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Aug 19. 2021

문학의 시작


 

스무 살을 막 넘기고 사회인으로 새로운 삶에 대해 기대에 차 있을 무렵 예기치 못했던 사건을 겪은 적이 있었다. 한때의 좌절을 경험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수많은 소리들이 일기를 통해 한 자 한 자 채워졌다.

글이라는 것에 눈이 뜨일 때쯤 문자의 조합 같은 얄팍한 내 글들을 보면서 문학을 함에 있어서 만족이란 없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고통이 밀려오면 올수록, 번민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사연들이 글을 통해 빼곡하게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한 면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는 악이 시를 접하면서 아름답게 정화되고, 선한 것 역시 글이라는 아름다운 매개체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것 같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되, 다른 이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고 질타에도 과감한 수용이 필요하다. 문제를 피할 것이 아니라, 갈등하고 고민하되 그러한 고통들을 자연스레 흘려보내는 여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를 쓰기를 원한다면 어떤 것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소리가 있고 사연이 있듯이,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더듬어 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좋은 시를 쓰고자 한다면 순간의 착상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도 필요하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함과,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더 나아가 즐거워할 수 있는 진심이 바로 좋은 작가가 되는 비결이라 여겨진다.      

언제부턴가 모두가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 자신이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 내보낸다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한 문장을 이어가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깎여진 부분들도 적지 않지만, 덕분에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많이 사라졌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과 같이 이 순간도 모두가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심상을 찾는 시간들이 늘어감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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