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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n 29. 2021

당신의 마음, 지금 괜찮으세요?

단 하나의 어른 되는 방법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지?


약 20여 년간 인사교육 업무를 하며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서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저 사람은 왜 저럴까?’였다. 일이 힘든 건 버텨도 사람이 힘든 건 버틸 수 없다고 한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마 밝힐 수 없었던 퇴사 사유 1위는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었다. 나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상사와 동료를 바꾸는 것은 오죽 힘들까? 오히려 이직이 더 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 내 사람 문제 해결 방법은 정말 이직밖에 없을까?


이전 회사에서의 일이다. 


그곳에선 1년에 한 번 3인 이상의 조직을 맡은 조직장을 대상으로 상사와 구성원 평가를 했다. 그중 2년 연속 하위 10%의 평가를 받는 팀장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해당 조직은 큰 문제가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의 이탈이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저도 그만하고 싶고 억울해요…”


팀장님은 실적 부진으로 잔뜩 위축되고, 계속된 조직의 구조조정으로 피로감이 높은 상태였다. 내가 짧은 질문을 던지면 그의 긴 넋두리 같은 답변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문득 궁금해져 그에게 물었다. 


“지금 팀장님은 괜찮으세요? 팀장님에겐 뭐가 필요하세요?”


순간 팀장님이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갑자기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던 그가 울음을 멈추고 말했다.


“계속 실적은 안 나오고, 조직 개편만 자꾸 되니까 나도 안 해본 거 못하는 거 이것저것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사람도 내게 괜찮냐고,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봐 준 사람이 없었어요. 갑자기 그 질문을 듣고 나니 제가 괜찮은지 그리고 저에게 뭐가 필요한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팀장님은 4일간의 휴가를 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복귀한 그는 구성원들과 개별 면담을 시작했다. 구성원들에게 지금 자신의 상태를 공유하고, 팀을 위해 어떤 변화와 노력을 함께 해 나가면 좋을지 논의하며 차근차근 팀을 바로 세웠다. 


괜찮냐는 한 마디가 팀장을 변화시켰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정서 지능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교육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넘어졌을 때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이라는 주제로 앙케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응답한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조심하랬지!
2위 왜 그랬어!
3위 일어나!
4위 앞에 똑바로 보라고 했지! 뛰지 말라고 했잖아!
5위 넘어진다고 했지! 잘~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은?』을 물었더니 단 한 가지 대답이 나왔다. 


바로 “괜찮니?”였다.


어릴 적 나의 부모님도, 나도 아이들에게 평범한 부모들처럼 반응했던 것 같다. 넘어진 아이를 보고 걱정을 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련만... 우리는 아이를 걱정하는 긍정의 표현보단 아이 탓을 하거나 야단을 치는 느낌의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들으며 자라왔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피드백은 아이들의 정서 지능 형성에 좋지 않다. 정서 지능은 사람의 성품과 인격을 형성하는 근간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출처 : EBS

긍정적인 피드백은 높은 정서 지능을 만든다. 반면 부정적 피드백만 많이 받게 될 경우, 쉽게 분노하거나 좌절과 질투가 심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조직 내 분위기를 해치거나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은 이처럼 정서 지능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서 지능이 부족한 상태로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행동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10년간의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으면 타인에 대한 훌륭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아니더라도, 어떤 문제는 단 한 사람의 단 한 마디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나를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한 마디 질문으로 자신의 상태를 새롭게 인식하고 달라졌던 팀장님처럼 말이다. 

내게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서로의 상황과 정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15초 정도 기다리며 화를 가라앉혀보자. 15초는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때 도파민이 활성화되는 흥분 상태이다. 이 시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기에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대의 내면에 있을 아이에게 물어보자.


 “괜찮으세요?”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어른만 있어도 그 아이는 변하게 된다는 말처럼, 내가 ‘단 한 명의 어른’이 되어 조직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서적으로 100% 성숙한 사람은 없다.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정서적 변화는 더욱더 빨라질 수도 있다. 


오늘 하루 가정에서, 직장에서 정서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위한 단 한 명의 어른(One caring adult)이 되어주면 어떨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작은 선의가 계속 퍼져 나간다면 어느 순간 내게도 나를 위한 단 한 명의 어른이 곁에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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