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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Mar 23. 2022

이과 vs 문과? 명화 감상법으로 알아보는 전기 도면

영업사원이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 1화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아는 만큼 보인다.”

“눈은 마음의 거울.”


눈, 또는 보는 행위와 관한 이야기가 이토록 많은 만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있어 ‘눈’은 아주 중요한 신체 부분 중 하나이다. 왼쪽, 오른쪽 두 개의 눈은 다양한 색깔을 구분하고, 멀고 가까운 곳을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각 데이터를 뇌라는 저장소에 간직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삶의 여러 부분에서 경험적 사고를 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내가 보고 느낀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익숙하게 보았던 것에 대해서는 높지 않은 눈높이를 두는 반면, 처음 보거나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곤 한다.


이와 같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경험적 사고는 많은 부분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흔하게 들 수 있는 예로,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배운 한국화와 서양화 감상법이 있다.    



한국의 오래된 문서가 위에서 아래로 쓰인 것처럼, 한국화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위에서 아래로 보아야 한다. 그와 다르게 서양의 오래된 문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였고, 서양화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관점을 옮겨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감상법을 통해 문화별로 문서를 읽는 시각적 관점과 경험적 행동이 미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분야에서도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때, 전기 도면을 보는 ‘시각적 관점’과 ‘경험적 사고’가 업무협의 진행 시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친다.


신기하게도 각국의 전기 도면 해석법은 전통 그림 감상법과 유사하다. 한국의 전기 도면은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해석하는 한국화 감상법으로 접근하는 반면,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기 도면을 그리고 해석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일례로, 해외 신규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현지 고객을 방문하여 한국식 도면으로 기술협의를 하면, 뭐든지 “Okay, Okay.” 하면서 질문도 하지 않고 불편한 얼굴을 하면서, 추가 미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일까? 말을 실수했나? 너무 어렵게 설명했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향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현지에서 쓰는 기본 도면과 전기기술은 과거 유럽인들이 전해준 것으로, 오랜 시간 보고, 듣고, 배우다 보니, 그들도 자연스럽게 서양식 전기 도면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후 기존 한국식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사용되는 샘플 도면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자료를 만들어 고객에 제공을 하니, 그제서야 서로 간에 이해 범위가 넓어지고, 프로젝트 수주까지 이어지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


즉, 한국식 전기 도면보다는 해외 고객에게 익숙한 방식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려진 서양식 전기 도면을 사용함으로써, 동일한 눈높이에서 기술협의를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식 전기 도면을 사용할 때와 달리, 추가적인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내용을 이해해 빠른 협의점에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배움으로써 자사의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를 파악하고 이를 신제품 및 Sourcing 개발품에 대한 Needs로 활용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었다.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경험적 사고와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모기업 광고 카피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처럼 새로운 관점에서 변화적 시도를 해본다면 지루한 삶에 또다른 즐거움과 활력소가 있지 않을까? 


에필로그: 글을 읽은 와이프 말하길.. 오늘부터 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새롭게 봐야겠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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