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애플, 구글, 나이키 등 다국적 기업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RE100(Renewable Energy 100%)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회원 기업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340테라와트시로,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영국보다 많은 양이라고 하네요. 이들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RE100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자발적 캠페인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을 말해요. 2014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와 파트너십을 맺은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의 주도로 시작됐고 현재는 349개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 중이죠(2022년 2월 기준).
RE100에는 가입 기준이 있는데요. 첫째, 특정 시점까지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후 공표해야 해요. 둘째, 재생 에너지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 많은 기업이 RE100 달성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앞당겨 잡고 있어요. 아예 RE100을 이미 달성했다고 발표한 기업도 있죠. 구글은 2017년, 애플은 2019년에 RE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어요.
#자가발전
RE100 달성을 위한 기업들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자가발전이에요.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 직접 투자해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죠. 애플이 대표적이에요. 애플이 전 세계에 걸쳐 운영 중인 25개의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가 포함되어 있어요.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는 북미 최대 규모의 LEED 플래티넘 인증* 건축물로 옥상 태양열 설비에서 75%의 전력을, 바이오가스 연료 전지 등에서 그 외 전력을 공급받아 100% 재생 에너지로 가동되고 있어요. 구글 역시 바람이 거센 북해에 해상 풍력 발전소를 설치해 벨기에 데이터 센터를 재생 에너지로 운영 중이에요. 그러나 자가발전을 통한 에너지 조달 방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LEED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로 플래티넘은 최상위 등급을 말함.
#외부 조달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외부 발전소를 통한 조달이에요. 대부분의 기업이 전력구매계약(이하 PPA), 인증서, 녹색 요금제 등의 방식을 혼합해 외부에서 재생 에너지를 조달받고 있어요. PPA는 기업이 발전 사업자와 재생 에너지 공급 기간, 물량, 가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재생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식이에요. 인증서는 그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발전 사업자로부터 인증서를 구매해 필요시마다 재생 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이죠. 녹색 요금제는 간접적인 방식인데요. 판매 사업자에게 프리미엄이 붙은 전기 요금을 지불하면 이 금액의 일부가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 쓰이게 되죠.
이 방식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재생 에너지 사용 여부를 재무적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거예요. 전력은 각 발전원에서 출발해 송전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되는데 전력 소비 단계에서는 공급원이 화력 발전소인지, 풍력 발전소인지 알 수 없게 돼요. 이 때문에 RE100은 발전 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재생 에너지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죠.
일부 RE100 회원 기업은 자사 공급망에 포함된 협력 업체에도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제품 납품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애플처럼 탄소 배출량의 70%가 제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은 협력 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RE100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거든요.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14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에요.
#수소경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를 혼합한 도시가스 공급 방식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증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어요.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를 활용해 도시가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요. 전 세계 산업계가 2050 탄소 중립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계 역시 이에 동참할 방법을 고심 중이죠. 그리고 수소경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연착륙
수소경제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산업 구조 혹은 그런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경제활동을 말해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대상을 늘리고, 안정적인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죠.
그런데 왜 하필 수소일까요? 많은 국가가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추진하며 화석연료 퇴출을 외치고 있죠.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70~80%가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나오고 있기에 급격한 에너지 전환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또한 전통 산업계가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면서도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려면 현재의 시스템과 융합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죠. 수소는 바로 이 점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화석연료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등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거든요.
#보편 원소
수소는 에너지원 자체로서의 장점도 많은데요.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이에요. 수소는 에너지로 사용된 후 물과 열만을 배출할 뿐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요. 물론 현재는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를 주로 활용하기에 탄소 배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한 순 없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물을 전기분해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없는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기에 전문가들은 수소의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둘째는 고갈 우려가 없다는 점이에요. 수소는 지구 질량의 75%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로, 아주 보편적인 원소인데요. 물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고, 생명체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요. 덕분에 지역적 편중이 없고, 에너지 형태로 만들어낼 방법만 있으면 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죠.
#경쟁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수소경제를 빠르게 활성화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에요. 미국 에너지부는 작년 6월 이른바 ‘111’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는데요. 10년 내 그린 수소 1kg을 1달러로 생산하겠다는 것이에요. 그린 수소는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이지만 생산 비용이 높아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어요. 미국은 수전해 기술 개발과 제조 시설 확충을 통해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해요. 유럽연합 역시 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요. 2050년까지 238~62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전해 생산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어요. 수소경제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는 2050년 세계 수소 소비량이 5억46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이는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라고 하니 신에너지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네요.
#핵융합에너지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떠오른 태양. 밝게 빛나는 태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하루가 시작됐군. 어서 출근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셨겠죠? 혹은 이런 생각은 어떠세요? ‘인공 태양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게 무슨 괴짜 같은 발상이냐고요? 아니에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이 실제 추진 중인 프로젝트랍니다.
#핵융합
사실 실제로 인공 태양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에요. 수십억 년 동안 빛과 열을 발산해낸 태양처럼 무한한 에너지를 만들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가 핵융합 발전을 개발 중이에요. 바로 태양과 별의 에너지 생성 원리인 핵융합 현상을 이용해서 말이죠. 핵융합이란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하며 하나의 원자핵으로 융합되는 현상을 말해요. 이때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되는데, 핵융합 발전은 바로 이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 등을 생산하겠다는 것이죠.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원자핵을 분열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핵융합 발전은 방사능을 거의 방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면서도 무한한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어요.
#역사
핵융합 발전 연구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됐어요. 가장 먼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국가는 미국인데요. 핵융합에 필요한 고온의 기체 상태(플라스마)를 만들어내는 장치인 핵융합로를 1951년 개발했죠. 인도는 1989년 핵융합로 ‘ADITYA’를 건설해 운영 중이고, 일본은 1998년부터 플라스마 실험 장치인 ‘JT-60’을 운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1995년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선언했고 연구 끝에 2007년 한국형 핵융합 장치인 ‘KSTAR’의 건설을 마쳤죠. 유럽은 오래전부터 핵융합 연구를 주도해오고 있는데요. 2005년부터 유럽,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초국가 프로젝트 ‘ITER’을 추진 중이에요. 여러 국가가 프랑스 남부에 핵융합로를 건설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인데요. 2025년부터 시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해요.
#가능성
핵융합 발전 연구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요? 가장 최근의 소식은 올해 2월 영국원자력청이 운영하는 핵융합 연구 장치인 ‘JET’가 5초 동안 59메가줄에 달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했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핵융합 발전을 통해 얻은 에너지의 양은 1997년에 달성한 22메가줄이 최대치였다고 하니 기존 연구의 2배에 달하는 성과죠. 그러나 이를 상용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직 그 연구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에요. 59메가줄은 전력 단위로는 11메가와트 수준으로 주전자 60개에 담긴 물을 끓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핵융합 에너지는 아직 많은 난제를 넘어서야 하고 이 때문에 발전이 더딘 편이에요. 태양에서는 중력압력이 강해 섭씨 1천만 도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지만 지구에서 핵융합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1억 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고 해요. 이를 위해서는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일으킬 초고온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라 하죠. 작년 11월 우리나라의 핵융합로인 KSTAR가 1억 도 초고온 플라스마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핵융합 발전 기술은 무한한 에너지라는 꿈을 향해 천천히 발전해나가고 있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