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독립을 위한 반성과 성장기
둘이 커피 한 잔 마시면 1만 원. 한 달이면 30만 원.
올해도 어김없이 황사가 불어온다는 뉴스를 보니 봄은 찾아온 모양이다. 이틀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황사는 지나갈 것이고 살랑살랑 따뜻한 봄바람만이 우리 곁에 남아 빨리 야외로 놀러 가라고 유혹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교외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 하기 딱 좋은 시기이지만, 적어도 나와 나의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참으려 노력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와 아내는 어느 순간 놀러 가서 마시는 커피 두 잔의 값이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평일에 일하느라 고생한 우리를 위한 작은 보상' 이라며 쉽게 마셨다. 그러나 이제는 고민한다. '지금 꼭 놀러 가야 하는가?' 놀러 갔다면 '지금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이 곳보다 저렴한 곳은 없나?' 이렇게 고민하기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지?
현명하게 먹지 못 했던 어렸을 때의 생활들
1. 부모님은 아침 10시에 나가셔서 밤 10시까지 매일 12시간씩 쉬지 않고 장사를 하셨다. 가게에서 돌아오신 부모님은 직접 밥을 차려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나와 동생에게 매일 통닭, 탕수육, 회, 피자 등등 야식을 시켜주셨다. 얼마나 자주 전화했으면 전화받는 아저씨가 내 목소리를 듣고 집주소는 물론 메뉴까지 다 알아서 줄 정도였으니까.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야식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항상 부러워했지만, 나는 다른 집 친구들도 다 나만큼 야식을 많이 시켜 먹는 줄 알았다.
2.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당신 친구 분들과 식사를 하시고 나면 10번 중 8번은 밥을 사셨다. 비싼 건 얻어먹고 싼 음식만 골라 대접하는 그런 기회주의자(?)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으셨다. 누구와 있든 어떤 음식이든 그 음식의 가격이 얼마든 언제나 계산대에 먼저 가셨다. 왜 매일 아버지랑 어머니가 내냐는 나의 질문에 두 분은 얻어먹는 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그리고 얻어먹는 것보다 내가 내는 게 속이 편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3. 거제도에서 사시는 부모님은 17살이 된 나를 분당에 있는 예술고등학교로 입학시키셨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졸업할 때까지 혼자 유학을 한 셈인데 유학하며 필요했던 자취방 월세, 식대, 사립 예술고등학교 학비, 레슨비, 내 용돈을 3년간 한 번도 밀리지 않은 채 다 내주셨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간 점심으론 급식을 먹었지만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밥도 안 해 먹고 매 끼니를 밖에서 사 먹으며 해결했다. 돈가스가 먹고 싶은 날에 돈가스를 먹으러 가고, 초밥이 먹고 싶을 땐 초밥집에 갔다. 모든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했다.
4. 먹을 거에 아까워하면 속 좁은 놈이라고 배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먹을 때 쓰는 것을 주저하거나 아끼면 속 좁은 놈이라고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다. 힘들게 돈을 버는 이유는 내 가족이 맛있게 음식 먹는 걸 보기 위함이라고 알려주셨다. 절대 먹는 거에는 아끼지 말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속 좁은 놈으로 낙인이 찍히면 안 된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먹는 것에 쓰는 돈 아까운 줄 몰랐다.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배웠다. 배고프면 시켜먹었고, 먹을 것에는 아끼지 않았다.
30살 넘어서도 나는 돈이 아까운 줄 몰랐다. 그러다 깨달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싶은 건 마음대로 먹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통닭 그거 한 마리 얼마 한다고. 피자 한 판 그거 얼마 한다고. 시켜 먹는 음식, 사 먹는 음식 가리지 않고 사 먹었다. 서두에 언급한 커피 한 잔은 돈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돈 아끼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영상을 보며 나의 식습관과 경제생활 패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좋은 음식을 많이 주셨지만 올바른 경제개념과 관념은 알려주시지 못했다.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라며 하루에 커피 한 잔 드시면 그게 4,500원입니다. 그게 5일이면 22,500원, 그게 한 달이면 9만 원입니다.
월급으로 200만 원 남짓 버는 내가 커피값으로 매달 9만 원을 쓰고 있었고, 내 한 달 월급의 20분에 1을 쓰고 있었다. 이게 1년이면 100만 원 정도 되었다. 100만 원이면 내 월급의 절반 아닌가? 당장 커피를 끊을 수는 없으니 자주 가던 카페를 옮겼다. 조금 더 저렴한 커피 집으로 옮기고, 일주일 후 마트에 가 인스턴트커피를 사서 사무실에 놓고 필요할 때마다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낀 9만 원은 저금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되었다. 9만 원의 자금이 1년이면 100만 원이고 이 100만 원이 나에게 훗날 얼마의 수익을 가져다 줄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대체하며 아끼는 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을 안 먹을 순 없다. 그래서 대체 음식을 찾는다. 그동안 2만 원짜리 배달 피자를 먹었다면 이제는 마트에 가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7천 원짜리 피자를 먹는다. 퀄리티는 다르지만 피자를 안 먹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피자 비슷한 것을 먹으면 당분간 피자 생각을 잘 나지 않는다. 그걸로 13,000원을 절약했다고 생각한다. 궁상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습관을 고칠수록 지갑 사정도 조금씩 개선된다.
이제 내 생활습관과 지갑 사정은 내가 바꾸어나간다. 나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알뜰한 습관 개선으로 나는 경제적 독립을 달성할 수 있다. 나의 통장에도 봄날은 온다. 앞으로 찾아 올 내 지갑의 봄날을 맞이하기 위한 반성과 성장을 이 곳에 작성하려 한다. 이렇게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한 작은 한 걸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