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예리함은 어디까지입니까?

교도관이 필요한 진짜 자질

by 천천희



교도관의 자질이 뭐냐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예리한 관찰력'은 꼭 필요하다.


"자기야 오늘 나 바뀐 거 없어?" 연인 관계부터

"죽고 싶다." 다잉 메시지까지.

상대방의 변화를 눈치 못 챈다면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부르릉.


수용자와 교도관으로 가득 찬 45인승 버스가 법원으로 향한다.

얼마 산길을 가지도 않았는데 베트남 여성 수용자가 안색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머리를 마사지해보더니 옆 주임님께 입을 열었다.


"교도관님... 저 몰미(멀미)가 심해요. 토할 것 같아요."


근처 자리에 앉은 승객들은 당황했다. 나도 당황했다. 버스에서 토하면 평소 차를 끔찍이도 아끼는 운전주임님이 대노 할 것이 분명하다.


주임님께서 입을 여셨다.

"누구 비닐봉지 가진 사람 없어?"


평소에 비닐봉지 들고 있는 사람 누가 있을까?


"주임님, 수용자한테 전해 주세요."


위기의 상황에서 까만 봉지를 휴대가방에서 꺼내는 나. 무심한 듯 친절하게 봉지를 수용자의 옆에 앉은 주임님께 건네주었다.


나는 왜 비닐봉지가 있었을까?


때는 2달 전, 그 여성 수용자는 1차 재판 출석을 하기 위해 한 차례 우리와 법원을 간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여수용자가 버스에서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봤고 그게 멀미 때문이라는 것을 당시 여주임님께 들어 알고 있었다.


"차를 타 본 적이 거의 없었다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날 재판 출정 근무자들은 하마터면 버스에서 미화작업 하게 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장님이 말씀하셨다.


"다음 출석 때는 봉지라도 하나 챙겨 타야겠네 허허."


직원들끼리 그때의 수용자를 '멀미녀'라 칭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날은 바쁜 쳇바퀴와 같은 날들로 밀려 나갔다.


다시 2달 뒤인 오늘. 지금은 그녀의 2차 출석일. 버스에서는 그날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번 상황과 유일하게 다른 것은 멀미녀를 위해 봉지를 챙긴 사람이 있었다는 것.


"노무(너무) 고맙습니다. 노무 고맙습니다."


그 수용자는 그날 내내 연신 감사의 뜻을 전해주었고 재판까지 잘 받고 돌아왔다.


몇 달 후 마주쳤을 때도 그 수용자는 나를 기억하고 있는 듯한 오묘한 미소를 보내줬다.


마치 '저는 그날의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듯이.






취사장에서 근무할 때였다.

취사반장의 우렁찬 소리.


"운동 준비~!!"

"(다 같이) 운동 준비~"


모든 취사장 수용자들이 오전 일과를 끝내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


수용자들은 착용 중이던 앞치마와 위생모를 벗어젖힌다. 장화는 운동화로, 고무장갑은 스포츠장갑으로 바뀌어 현란하게 운동 준비를 한다. 그들의 모습은 흡사 올림픽 대회 준비하는 선수들 같았다.


"운동 시간입니다. 각자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근무자의 교육이 끝나고 수용자를 운동장으로 내보내고 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주방 어디선가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치이익...'


소리는 나는 것 같지만 미세하기도 했고 반장이 점검을 다 끝냈다고 해서 '뭐 늘 나는 소리겠지.'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다가 생각 하나가 스쳤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대형 솥에 기름이 들끓기 시작하고 있었다. 얼른 밸브를 잠갔다. 담당 수용자 하 씨를 찾았다.


"죄송합니다. 저녁에 튀김이 있어서 불 올려놨다가 깜빡했습니다..."


이러니 근무자가 예민하게 살필 수 밖에 없나보다.

예전 모 교도소에서 있었던 취사장 화재사건이 생각났다. 그때의 사건을 교훈 삼아 외출 전에 주방을 한 바퀴 돌아보게 된 게 다행이었다. 큰일 날 뻔했다.

그렇게 작은 소동은 큰 탈 없이 잘 넘어가게 되었고, 하 씨도 훈계처리로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쭈뼛쭈뼛 다가오는 하 씨.

"부장님, 진짜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장님 참 ...예리하시네요..."


그날 이후, 수용자들은 나에게 '일 잘 하시는 분'이라며 치켜세웠고 실수한 하 씨는 내가 지시하는 사항에 대해 더 잘 이행하고 따르게 되었다.





일상에서도 예리한 관찰력은 꼭 갖춰야 할 자질이다. 회사든 모임이든 어디서나 예리하고 꼼꼼하게 일하면 공동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말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피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혹여나 발생하게 되더라도 큰 일로 번지지 않게 된다.


교도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리한 관찰력은 수용자에게 감시 받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내가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어린 행동 한 스푼 들어가게 되면 어떨까? 나의 시선은 왠지 따스한 관심으로 느껴져 든든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음모와 비리를 꾸미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예리한 눈과 관심이 거슬리겠지만 말이다.













이전 12화도둑놈한테 잘해 줄 필요 있나요?